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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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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불쌍한 작가들- 김성종(작가·추리문학관 관장)

  • 기사입력 : 2013-06-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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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에서 작가들은 이렇게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어도 좋은 존재들일까?

    수년 전 작가들의 수입을 조사한 결과 한국 작가들은 월 평균 20만 원의 수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돼 있는 만큼 한국 작가들은 한마디로 수입이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실 다른 직업 없이 순수하게 창작에만 매달려 있는 전업 작가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극빈계층에 속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조금도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우리 사회의 한쪽 구석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방치되어 있다.

    작가는 한 국가의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소외되어 있고, 버림받은 처지나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문학은 한 국가와 민족의 혼과 얼이 배어 있는 것이고, 작가는 자기 나라의 언어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읽힌다. 문학이 없으면 언어가 없어지고, 언어가 없는 국가와 민족은 망하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언어를 이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세련되게 다듬은 사람들은 정치가도 아니고 기업가도 아니다. 작가들이야말로 주린 배를 달래면서 우리 언어를 살려온 주역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쓰레기처럼 방치되어 있다.

    아파트가 안 팔리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정부는 법을 뜯어고치고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기를 쓴다. 그러나 작가들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책방들이 연달아 문을 닫고 출판사들이 줄줄이 폐업을 하는 데 대해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수립되고 지금까지 역대 정부에서 작가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군사정권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민주화 투쟁으로 정권을 잡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문학에 대해서 무뢰한이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런데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한국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안 나오는가 하고 두리번거린다. 정부나 국민들이나 염치가 없기는 막상막하이다.

    한국에서는 작가라는 존재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그저 그렇고 그런 존재일지 모르지만 외국에 나가 보면 작가 한 사람 때문에 한 도시가 먹고살고 활기에 차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가까운 일본의 에치코 유자와에 가면 가와바타가 노벨상 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을 집필했던 여관이 있다. 지금도 그 여관은 영업을 하고 있는데 2층으로 올라가면 가와바타가 작품을 집필했던 방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 방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에치코 유자와를 방문하고 있고, 그 마을은 에치코 유자와라는 이름보다 아예 ‘설국’으로 더 유명해졌다.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번화가에는 제임스 조이스 동상이 서있고, 그 곁에는 그가 생전에 드나들었던 카페가 지금도 성업 중이다. 해마다 축제 중에는 그의 난해한 작품 ‘율리시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수백 명씩 몰려와 논문을 발표한다. 오스카 와일드, 버나드 쇼, 베케트, 예츠 등 세계적 문호들이 그곳 출신들이니 그들의 기념관과 문학적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거리는 하루 종일 흥청거린다.

    영국의 자존심,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셰익스피어는 영국인들의 문학에 대한 사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가 태어난 스트랫포드 어펀 에이번에는 셰익스피어 생가를 비롯해 셰익스피어 극장 등 그와 관련된 자취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도시 전체가 그를 위해 존재하고 있고, 그가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 문학에 대한 자존심도 없는 우리하고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런던에는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다. 홈즈는 코난 도일이 창조한 탐정으로 가공인물이다. 그런데도 영국인들은 그를 실제 인물처럼 만들어 박물관까지 만들어놓았다. 홈즈팬들은 홈즈가 가공 인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를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추리의 세계에 빠져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내고 그곳을 방문한다.

    파리 세느강변에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한 세기 가까운 연륜을 지닌 조그만 고서점이 있다. 1920년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제임스 조이스, 헨리 밀러 등 당시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잃어버린 세대의 작가들이 방황하던 시절 그 책방을 사랑방처럼 드나들면서 그들이 신세를 졌던 곳이다. 그 고서점은 오늘도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작가는 과연 필요 없는 존재인가?

    김성종(작가·추리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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