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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하며 배우는 세상살이 - 이훈호 (극단 장자번덕 대표)

  • 기사입력 : 2013-07-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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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이란 시행착오를 전제한 과정의 예술이고 깨우침의 예술입니다. 배우 훈련 성과의 척도는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더 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얼마나 자신을 변화시키는가 하는 것입니다.

    훈련 과정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시행착오는 먼저, 오래된 습관에 익숙해져 기존의 편안함을 쉽게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극은 갈등의 예술입니다. 자신을 날카로운 사건에, 상황 속에 던져야 하는데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꺼내 놓습니다. 그분의 ‘에고(ego)’가 작용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매일 새로운 도전을 요구받는 연극연습이지만 어느 순간 배우는 익숙해지고 맙니다. 자기 속에 갇히고 맙니다. 그러면 무대는 활력이 빠져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아는 것이 삶이라고 합니다. 자기 마음이 열려야 사람 사는 세상이 들어올 수 있는데, ‘에고’로 인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만큼만 갖게 되는 것이고, 자신의 잣대에 맞으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각자가 다 자신의 기준으로 말한다면 이 세상에 옳고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게 됩니다. 세상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에고’의 정체는 나를 보호하려는 심리의 기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대다수 사람들이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살 듯, 배우 또한 삶에서 잃은 것들을 무대 위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에 대한 몰이해와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 그리고 자기 연민은 배우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배우가 된다는 것, 배우가 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장애들을 제거해 나가는 고통스럽고 긴 작업입니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계속되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고 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은 필수고 더 중요한 것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그래야만 계속되는 실패를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 배우는 계속 실패의 과정을 겪는 사람이고 그 실패를 견디는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배우는 무엇을 깨우치려고 훈련을 하는 걸까요? 배우 훈련은 ‘지금 내가 여기 있다’에서 출발합니다. ‘나’는 인간이고, ‘지금’은 시간, ‘여기’는 공간이어서 세 가지가 일치되어야 한 인간이 존재하게 됩니다. 나는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데 나라고 말하는 것은 내 마음이며 숨입니다. 숨은 생각이고 마음이고 에너지니까요. 내 숨을 놓치지 않는 것에서 존재감은 시작됩니다.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가 분명해지면서 깨어 있는 인간의 모습을 갖춥니다. 배우는 무대에서 이렇게 깨어 있는 인간입니다. 배우는 이 상태로 무대에서 자신의 에고를 버리고 ‘순간’에 ‘나’를 던져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 깨어 있는 인간이 배우입니다. 깨어 있는 배우는 무대라는 세상 속의 음악, 조명, 무대 세트 등 환경들을 관객이 보고 듣고 느끼게 발견해 줍니다. 다른 배우들과의 관계를 드러내 보이면서 사건과 상황 그리고 갈등을 구체적으로 관객에게 제시해 극적 세계에 동참하게 하고 공범자가 되게 합니다.

    연극을 잘할 수 있는 미덕은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하고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인 겸손에 있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절대 허물 없는 감정을 내놓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연극이란 시행착오를 전제한 과정의 예술이고 깨우침의 예술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시행착오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과만 좋다면 과정의 불순함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찰을 통한 깨우침보다는 물질이나 권력의 연장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연극은 인간과 삶을 알고자 하는 욕망이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인간과 삶에 무한한 사랑과 희망을 품은 깨어 있는 배우들을 현실에서 많이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훈호 극단 장자번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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