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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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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마산 분리, 병자호란, 그리고 국회의원의 고뇌- 정재욱(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백성 없는 성벽 안의 명분논쟁보다 생활현장 목소리 더 반영되길

  • 기사입력 : 2013-07-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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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재 욱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금 창원지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최대 화두의 하나는 마산분리로 상징되는 지역분리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백가쟁명식 논의는 물론, 감정에 겨운 거친 언사까지도 쉽게 표출되고 있기에 그 파장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지역사회는 무겁고도 침울한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역통합 3년 동안 이와 같은 소용돌이가 사실상 지속되어왔음을 고려할 때,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여기에 마치 ‘잃은 자의 아픔’과 같은 깊은 한숨을 느낀다고도 하였다.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다.

    한편, 지역분리 논의는 최근에 매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양상인데, 여기에는 강한 지역사랑 앞에서 깊이 번뇌하였을 이주영 의원의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의 등장과 거의 맥락을 같이한다. 확실히 동법(안)의 제시를 전후하여 지역사회의 논의 양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역사회와 대한민국 다수의 유권자들은 이주영 의원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4선 의원이라는 중후한 경륜은 물론, 집권당의 정책의장 등을 통하여 보여주었던 비전 있는 정책능력에 많은 국민은 큰 믿음을 가졌다고 본다. 지역사회는 향후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음은 틀림없다고 본다. 따라서 동법(안)의 발의를 전후하여 지역발전방향과 관련하여 얼마나 많은 번민의 밤을 지새웠을지에 대해서도 지역사회는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동법(안)의 국회 발의와 관련하여 지역출신 국회의원 간에는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역 분리가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입장에 대하여 ‘지역 분리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 분명히 표출되고 있다. 지역사회 여론 주도층 역시 이와 같은 이분론적 입장에 편승하여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긴장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이쯤에서 잠시 눈을 돌려 지금부터 370년여 전의 병자호란의 전란으로 가보자. 조선은 지금까지 북방오랑캐라고만 여겼던 후금(청)의 공격을 받고서 조정은 제대로 응전 한 번 못하고 남한산성에 갇혀서 싸워야 한다는 척화파와 화친하여야 한다는 주화파로 나누어져서 끝없는 논란을 벌였다. 물론 그동안 전국 산하와 백성들은 청의 말발굽에 짓밟혀 고통의 나날을 보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주화파의 최명길은 항복 문서를 작성하고, 척화파의 김상현은 그 항복 문서를 찢어버리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후 역사상 가장 첨예한 개인 갈등의 상징으로 지적된다. 누구의 행동이 조선과 백성을 위한 일이었던지는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을 것이다. 병자호란 이후, 김상현은 청나라 선양의 감옥에 갇히게 되고, 최명길 역시 이후 명나라를 몰래 도왔다는 이유로 같은 감옥에 갇히게 된다. 소국 백성의 운명이었던지는 몰라도 갈등의 당사자가 적국의 감옥에서, 그것도 조선을 위했다는 죄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그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당시 이들의 심정을 나타내어 주는 유명한 시가 있는데, 그 시구의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끓는 물도 얼음도 모두 다 물이고, 갈옷도 베옷도 모두가 옷이니, 하는 일 어쩌다가 때를 따라 다를망정, 속마음이야 어찌 정도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했다. 적국 앞에서 목숨 건 갈등을 보였지만, 적국의 감옥에서 생각해 보니 ‘어느 쪽도 조국과 백성을 위한 단장(斷腸)의 충절’이었음을 서로 알게 되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닐지.

    돌이켜 보면, 마산분리를 주장하는 이 의원의 심정도, 시기상조를 주장하는 다른 의원의 심정도 모두 마산지역의 영광과 발전을 기원하는 바에는 차이가 없을 것, ‘갈옷도 베옷도 모두가 옷’일 것이라는 인식에는 일치할 것으로 본다. 다만 지역사회와 일반주민은 척화파나 주화파 간의 ‘백성 없는 성벽 안의 명분 논쟁’보다는 ‘주민의 삶이 녹아 있는 생활현장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기를 바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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