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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도산서원 대통령 기념식수는 가짜-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박정희 대통령이 아닌 안동군이 심은 ‘금송’ 이전 문제 해결해야

  • 기사입력 : 2013-08-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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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창 시절 도산서원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거짓을 행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자 했던 조선시대 올곧은 선비정신에 대해서 들었다.

    그리고 천원짜리 지폐의 뒷면에 그려졌던 나무 ‘금송’을 기억한다. 금송의 표지석에는 ‘이 나무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청와대 집무실 앞에 심어 아끼시던 금송으로서 도산서원의 경내를 더욱 빛내기 위해 1970년 12월 8일 손수 옮겨 심으신 것입니다’라고 새겨져 있다. 거기서 나는 친구들과 유명한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던 추억이 남아 있다.

    2011년 나는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도산서원 관련 파일을 읽다가 도산서원의 금송이 혹시 가짜가 아닌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결국 나는 문화재청과 안동시에 도산서원에 심어진 금송이 박정희 대통령이 심은 나무인지의 여부를 묻는 사실조회를 신청했고, 두 기관은 고심 끝에 ‘현 금송은 1973년 4월 22일 새로 구입한 것을 원위치에 재식수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가기록보존소에 보존된 문서에 의하면,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금송은 2년 만인 1972년 고사했고, 현 금송은 안동군이 당시 예산 50만 원을 들여 한국원예건설을 통해 1973년 심은 나무로 판명되었다.

    대통령 기념식수가 관리 소홀로 고사하자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해 몰래 새 금송을 심은 뒤, 지금까지도 사실을 은폐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도산서원의 금송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일본 특산종이란 이유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금송은 소나무가 아닌 낙우송과로 일본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이며 일본 왕실과 사무라이 정신을 상징하는 나무라는 점에서 화폐의 도안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도산서원의 경관을 가리는 등의 문제로 안동시는 2003년 금송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문화재청은 금송 이전에 대해 ‘대통령 기념식수’라는 이유로 이전할 수 없다고 반대, 실행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충격이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40년간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안동시가 2003년 금송을 이전하겠다고 했을 때, 문화재청은 가짜란 걸 알면서 왜 대통령 기념식수란 이유로 이전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일까?

    2011년 12월, 문화재청은 금송 앞의 표지석을 철거하고, 새로운 표지석을 설치했다.

    바뀐 표지석에는 ‘이곳은 1970년 12월 8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산서원 성역화 사업의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청와대의 금송을 옮겨 심었던 곳이나 1972년 고사(枯死)됨에 따라 1973년 4월 동 위치에 같은 수종(樹種)으로 다시 식재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표지석 철거 후 나는 또 다른 의문에 사로잡혔다. 박정희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아니라면, 일본 특산종 나무는 왜 거기 있어야 하는 걸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법원의 결정을 묻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2013년 8월 13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서는 도산서원 금송 철거 여부를 놓고 재판이 열린다.

    논점은 2003년 안동시가 제출한 금송의 이전승인신청에 대해 문화재청이 ‘대통령 기념식수’란 이유로 이전금지시킨 것은 부당한 행정행위란 취지이다.

    도산서원의 금송은 박정희 대통령이 심은 것이 아니라 안동군수가 심은 나무임이 밝혀진 지금, 문화재청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묻는다. 나무가 무슨 죄냐고? 이건 나무 이야기가 아니라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이다. 퇴계 선생이 평생 실천하고 가르친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毋自欺)’란 말이 무겁게 떠오른다.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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