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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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이 한 일, 세상 모두가 알게 하라/김유경기자

  • 기사입력 : 2013-09-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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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이 다가오면 기자들의 이메일 함은 불티가 난다. 실상 기자들은 1년 내내 각종 이메일을 넘치도록 받지만 추석 즈음 떼를 지어 밀려오는 ‘이메일’의 성격은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르다. 이 이메일들은 하나같이 ‘봉사활동, 물품전달, 위문공연, 이웃돕기’라는, 일부러 짜맞추기라도 한 듯 동일한 얼굴을 갖고 있다. 내용도 오십보백보다. ‘임직원들이 추석을 맞아 이러저러한 활동을 벌여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전했으니 꼭 보도해 주십사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

    얼마 전 지인이 관공서와 기업들이 벌이는 명절맞이 봉사활동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들려준 적이 있다. 작년 추석 한 복지관으로 직원들을 이끌고 물품 전달을 하러 갔단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한 팀이 와서 복지관 앞에 쌓인 흙을 건물 뒤편으로 옮기고 기념촬영을 마치고 떠나면 다음 팀이 와서 흙을 다시 건물 앞쪽으로 옮기고는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떠나는 촌극이 몇 시간 간격으로 이어지더라는 이야기였다. 더 뜨악했던 것은 복지관 측이 어느 단체가 얼마나 많은 물품을 떠안기고 가는지 셈을 하고 있더라는 것. 지인은 말했다. ‘정작 도와야 할 이웃은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계적으로 흙을 옮기고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마태복음에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너는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예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나 신에 대한 경배가 아닌 좋은 평판 얻기 위해 이웃을 돕는 ‘자칭 선행자’들을 이 준엄한 문장으로 비판했다.

    기자는 지난 13일 마산동부경찰서 직원들과 동행해 마산지역의 조손가정을 찾아다니며 현금 20만 원씩을 가가호호 전했다. 취지는 간단하다.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시설만이 이웃이 아니며, 어려운 이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이달분 전기료와 난방비, 수도료라는 것. 이웃돕기에 대한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없다면 머지않아 성경 대신 이러한 전언이 명절날 기자들의 이메일 함을 지배할지도 모른다. ‘오른손이 한 일, 세상 모두가 알게 하라.’

    김유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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