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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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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귀신을 보는 재미- 조민(시인)

귀신 덕분에 현실과 실존이 더 다채롭고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져…

  • 기사입력 : 2013-10-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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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귀신 이야기’가 대세다. 특히, 귀신을 보는 여자가 나오는 드라마는 인기가 짱짱하다. 귀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러브 라인과 병행하여 풀어나가는 로맨틱 판타지 드라마다. 재미있다. 모두 다 ‘귀신을 보는 여자’ 양시온(소이현)과 태공실(공효진) 덕분이다. 흉측하고 괴상한 귀신을 보는 두 여자는 괴롭겠지만(?) 보는 우리는 신난다.

    참 묘하다. 귀신도 자주 보니까 귀신 같지 않다. 사람 같다. 그들은 출현 방법도 다양하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 공중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쓰레기통이나 변기 위나 편의점에 앉아 있다. 귀신도 일상에 있다. 이번에 쓰레기통 귀신이네. 이번엔 물귀신이네. 뭐 이 정도. 무엇이든 가까이 지내면서 자주 보고 부대끼면 정이 든다더니, 이 말이 귀신에게도 통용되는가 보다.

    드라마에서 귀신을 보는 두 여자는 해결사다. 무작정 귀신을 내쫓는 퇴마사가 아니라 귀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인간과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귀신문제 전문해결사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지점에서 소외된 약자의 고민과 아픔을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도와주고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는 지상에 사는 천사? 두 세계의 화해와 화합을 그린다는 점에서 휴먼 드라마? 달콤한 로맨티시즘과 눈물겨운 휴머니즘을 깨알같이 쏟아낸다는 점에서 판타지 힐링 드라마? 당연하다, 시청률이 올라가는 건.

    드라마뿐이랴. 영화는 귀신이 더 많다. 그중 판타지 힐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일본 고전 영화 ‘우게츠 이야기’(雨月物語, Tales of Ugetsu, 감독 미조구치 겐치, 1953년)에 나오는 여자 귀신은 빼놓을 수가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정체인 조강지처 귀신. 돈에 눈이 멀고 젊고 아름다운 귀족 여자 귀신에게 빠졌던 남편 도공 겐쥬로가 지친 몸으로 돌아오자 따뜻한 사케로 몸을 데워주고, 무릎 베개로 쉬게 하는 아내 귀신은 사랑과 명예, 책임과 가족의 의미를 탐색하고, 사랑과 책임이 얼마나 고귀하고 겸허한 것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해 준다.

    한편, 소설 ‘눈에 보이는 귀신’(리앙, 문학동네)에 나오는 여자귀신은 다르면서도 같다. 끔찍하면서도 치열하고 강하면서도 자유롭다. 가상의 도시 루청 항구를 중심으로 각 방위에서 다섯 명의 여자귀신들이 평범한 여성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엄청난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귀신의 복수는 자신을 살해한 살인범을 찾아서 단순히 복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한 만큼 갚아주자’는 일차원적 복수가 아닌, 남자와 여자, 중국 대륙과 타이완 섬, 과거와 현재, 물질과 정신 등 인간 세상을 억압하고 구속하는 모든 상극적 질서를 초월하는 것이다. 복수를 마친 여자 귀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얼굴로 변해서 자유를 찾아가는 장면은 어둠을 뚫고 맞이할 새 질서를 향한 영혼의 희구임을 보여준다. 21세기의 ‘요재지이((聊齋志異)’(포송령)이다.

    그런데 귀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러니한 사실 하나 발견, 귀신 덕분에 현실과 실존이 더 다채롭고 새로워지고 좀 더 절실해지고 풍요로워진다는 것. 환상이 구축한 초월적 세계는 무(無)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현실을 비틀고 찢는 콜라주와 몽타주 등에 의해 변용된 세계라는 것. 우리가 종종 비현실적 환상의 서사에서 당대의 진실을 발견하고 진정성을 발견하듯이, 실존과 비실존의 세계는 결국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는 것.

    이상! 귀신 이야기 끝이다. 앞으로 귀신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로 끊임없이 탄생할 것이다. 또 귀신의 모습도 새롭게 진화할 것이다. 진화의 모습이 어떻든 관계없다. 다만 이 환상과 상상, 판타지들이 현실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힘과 이 세계의 불가해한 부분과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주기를 바랄 뿐이다. 또 이 힘이 세상의 모든 소외된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으로 진화되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조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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