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간판, 도시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3) 캐나다 토론토시(市)의 간판 규제 정책

44개 구역 나눠 간판 규제… 간판특구 6곳은 자유 허용

  • 기사입력 : 2013-10-29 11:00:00
  •   

  • ①한 이탈리아 식당의 벽면. 뮤럴(MURAL)이라고 불리는 벽화도 캐나다에서는 간판의 일종으로 본다.
     
    ②캐나다 민영방송 CTV 건물에 설치된 아이캐처. 벽을 뚫고 나오는 자동차 형상이다.
     
    ③유니버시티 에비뉴의 토론토 음대 이정표.

    ④다운타운 영 스트리트의 간판들.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다.
     
    ⑤한 시계점의 간판. 시계를 아이캐처로 쓰고 조명은 없다. 건물 벽면의 20% 이하로 크기가 제한된다.

    ⑥창문이용간판. 창문을 이용해 바깥으로 보이는 광고 문구나 그림 모두를 포괄하며 창문 면적의 25%를 넘어서는 안 된다.

    ⑦차양이용간판. 간판 내용이 차양과 캐노피 전체 면적의 일정 비율을 넘어서는 안 된다.이 비율은 각 지구마다 다르다.


    북아메리카 영토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연방국가 캐나다.

    캐나다에서도 간판(sign)은 뜨거운 감자다. 자신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되 정해진 법규는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곳에서도 ‘간판을 규제한다’는 것에 대한 논쟁은 식을 줄 모른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중심도시 토론토시(市)가 가진 간판 규제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토론토 시내 주요 거리에 설치된 다양한 간판들의 모습을 싣는다.


    ▲간판업무 관장 부서 따로 두다

    면적 630㎢의 토론토시는 행정적인 ‘구(區)’라 할 수 있는 노스욕(North York), 에토비코(Etobicoke), 스카보로(Scarborough) 등에 각각 시민센터(Civic Centre)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구역의 각종 사무를 통합해 메인(main)시청에서 관장한다. 간판 관련 업무도 마찬가지다. 특히 2008~2009년에 걸쳐 ‘간판 내규(Sign Bylaw)’가 만들어지고 2010년 독립된 간판부서(sign permit)가 메인시청에 따로 꾸려졌다.

    이전에는 건설부서(Building Permit) 하위에 있던 사인부서를 독립된 부서로 격상시킨 것. 이는 최근 토론토시에 콘도미니엄과 주상복합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생활환경과 부딪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간판 모양이나 안전성, 빛의 세기 등으로 민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44개 등분해 9개 규칙 적용

    토론토시 ‘간판 내규’의 특징은 토론토 전체를 44개로 등분해 제1구역에서 제44구역으로 정한 뒤, 각 구역 안에 있는 부지와 건물의 특성에 맞춰 9개의 각기 다른 세분화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9개의 구역은 △단독주택 지구(Residential) △업무지구(Employment Industrial Office) △아파트 지구(Residential Apartment) △병원 및 학교 등 주거기반시설 지구(Institutional) △상업지구(Commercial) △공터지구(Open Space) △주상복합지구(Commercial Residential) △공공시설물지구(Utility) △공장 및 물류창고 지구(Employment)다. 이를테면 제2구역인 북에토비코(Etobicoke North) 안에 있는 시가지에서 단독주택, 상가 등을 낱낱이 분류해 각각 다른 간판 규제를 적용한다.

    ▲간판특구 6곳 별도 관리

    토론토시의 간판 내규는 일률적 규제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고 상점 및 관공서가 밀집한 지역을 간판특구(Special Sign Districts)로 정해 따로 관리한다. △유니버시티 에비뉴(University Avenue) △네이든 필립스 스퀘어와 시청(Nathan Philips Square and City Hall) △가디너 게이트웨이(Gardiner Gateway) △던다스 스퀘어(Dundas Square) △다운타운 영 스트리트(Downtown Yonge Street) △차이나타운(Chinatown)이 바로 간판특구다. 이곳은 토론토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건축물이 밀집한 곳으로 까다로운 규제를 피해 비교적 자유롭고 예술적인 간판으로 도시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배려한 특별한 구역이다.

    ▲간판에 적용되는 기본 규칙

    토론토시는 가로형과 돌출형, 창문이용, 지주이용, 차양이용 간판을 모두 허용한다. 간판의 개수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반면 높이나 너비에는 엄격한 제한을 둔다. 개수보다는 간판의 크기가 도시 경관에 더 큰 혼란을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색깔이나 글자체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시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에는 현장조사를 한 후 건물 배색과 조화로운 컬러로 바꿀 것을 권고한다.

    가로형 간판은 벽면 면적의 20% 이하로 제한한다. 또 3층 이상의 건물은 4층부터 간판을 달 수 없게 했다. 건물명을 쓴 간판 하나만 건물 꼭대기에 설치할 수 있고 건물 내부에 안내간판을 만든다. 지주이용간판은 부지의 크기나 건물 층에 대비해 길이와 너비를 달리 하도록 9개 구역마다 다른 비율을 정했다. 돌출형 간판은 크기가 1㎡ 이상을 넘을 수 없다.

    또 직사광선이 강한 캐나다는 차양이나 캐노피를 간판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도 간판 내용이 차양과 캐노피 전체 면적의 일정 비율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 비율은 각 지구마다 다르게 정한다. 창문이용간판은 창문을 이용해 바깥으로 보이는 광고 문구나 그림 모두를 포괄하며 창문 면적의 25%를 넘어서는 안 된다.

    ▲간판을 달고 싶다면 세금을 내라

    그렇다면 이러한 제한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질까. 토론토시가 2009년 토론토 전체를 조사한 결과 내규에 맞지 않는 간판이 4000개가 넘고, 불법광고물을 부착한 건물이 2200개가 넘었다. 테드 반 블리엣 간판부서장은 “특히 2008년부터 빌보드(billboard)라고 불리는 면적 20㎡가 넘는 거대 간판들이 급수적으로 늘어 도시경관을 해치기 시작했다”며 “이를 규제하기 위해 내규와 별도로 TPST 규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TPST(Third Party Signs Tax)는 ‘내규를 벗어난 간판을 달고 싶다면 돈을 지불하라’는 뜻의 특별부과세다.

    TPST 규정이 적용되는 지구는 9개 지구 중 상업지구(Commercial), 공장 및 물류창고 지구(Employment), 공공시설물지구(Utility)로 세 지구다.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상업지구의 TPST 규정을 살펴보면 △창문이 없는 벽면에만 설치해 시야를 확보할 것 △다른 빌보드 간판이 설치된 건물과 100m 이상 떨어져 시민들에게 시각적 혼란을 주지 않을 것 △운전자들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도로 쪽으로는 설치하지 말 것 △단독주택이나 공공시설물, 교차로에서 최소 30m 떨어지게 설치해 도시경관을 해치지 말 것 △간판 높이는 15m 이하, 면적 20㎡ 이하로 제한해 다른 건축물 미관을 해치지 말 것 등이다. 이러한 엄격한 제한을 충족하고도 간판을 설치할 때 크기에 따라 1100달러에서 2만4000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허가 기간은 5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간판을 철거하거나 재인가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남아 있다.

    테드 반 블리엣 간판부서장은 “TPST 규정에 의해 한 해에 거둬지는 세금이 1000만 달러 정도로, 이는 간판부서 재원의 2~7%에 해당하며 쓰고 남은 세금은 토론토에서 활동하는 예술 및 문화단체에 지원금으로 나간다”며 “TPST는 세수를 거두려는 것이 아니라 토론토의 불법 간판을 5% 이하로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테드 반 블리엣(Ted Van Vliet) 토론토 메인시청 간판부서장.



    /인터뷰/테드 반 블리엣(Ted Van Vliet) 토론토 메인시청 간판부서장

    ▲토론토는 세계적 도시지만 간판이 화려하지 않다. 간판이 홍보수단이 아닌가.

    -토론토를 잘 살펴보면 도로가 바둑판처럼 짜여 있습니다. 궁극적 목적은 위급상황에 소방이나 경찰이 출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도로명과 번지만 정확하다면 간판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캐나다인들의 사고체계는 도로명과 번지수만으로도 가게의 위치가 인지됩니다. 따라서 간판은 업종과 이름을 알리는 정도면 되지 굳이 현란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판부서(sign permit)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간판부서는 부서장 1명을 포함해 16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중 10명은 현장을 점검하는 조사원입니다. 간판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규제에 맞게 설치되었는가를 점검하고 허가를 내줍니다. 또 토론토시의 불법간판을 조사해 사진을 찍어 목록(Third Party Signs Inventory)을 기록해 시정하도록 지도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경고 후에도 시정되지 않으면 철거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TPST 규정에 대해 논쟁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한국뿐 아니라 토론토에서도 간판은 빅이슈입니다. 간판 내규를 만들 때 도시경관과 경제발전, 이 두 가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상충되는 덕목입니다. TPST 규정을 만들 때 의회뿐 아니라 간판업자, 이익단체, 일반 시민들도 참여했지만 실제로 적용됐을 때 반발이 무척 심했습니다. 규정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규정을 따르고도 적지 않은 세금을 내기 때문입니다. 2010년에는 일부 시민들이 TPST가 연방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해 온타리오주 법정을 거쳐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대법원에서 ‘토론토시의 간판 내규가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합리적이다’고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규정은 논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