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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에너지 과소비, 축복인가 재앙인가?-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 기사입력 : 2013-10-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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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0년대 상연된 대작 ‘자이언트’는 미국 텍사스의 광활한 목장을 무대로 하고 있다. 영화에는 대농장의 일꾼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석유재벌이 되어 버린 제임스 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1930년대 불어닥친 텍사스의 석유광풍은 수백 개의 유전에서 ‘검은 황금’을 뽑아냈고, 소위 ‘블랙 자이언트’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이것이 영화 제목의 유래가 됐다.

    1860년대 펜실베이니아의 조그만 산골마을에서 시작된 상업화된 석유개발의 시작은 불과 30~40년 만에 러시아의 카스피 해로,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로 그리고 1930년에 들어서는 중동지역의 대유정으로 숨 가쁘게 개발과 확장을 거듭했다. 이 새로운 에너지로 인해 세상은 바뀌어갔고 사람들은 석유가 주는 편리함과 안락 속에 빠져들었다. 에너지는 이제 커다란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상’이 되어 소위 ‘일곱 자매(Seven Sisters)를 비롯한 석유추적자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한 개발과 채굴을 하게 된다. 1990년 이라크 전쟁 발발 두 달 후 다니엘 에긴은 퓰리처상을 받은 대작 ‘The Prize’란 책을 통해 에너지라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을 향한 인간의 질주와 탐욕 그리고 국가 간 갈등을 파헤치고 있다.

    오늘날 에너지, 특히 전기에너지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소위 문명의 혜택에 해당하는 모든 것들이 전기로 인해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8년 로마클럽보고서는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로 물, 자원, 환경이라는 세 가지 명제를 제시하였다. 즉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에너지와 식량으로 대변되는 자원, 환경 그리고 경제성장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명제는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만 보더라도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기후변화, 산림 파괴, 오존층 파괴, 해양 및 대기오염과 같은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접점을 찾는 것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조건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여전히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대응은 물론 나아가 지구적 차원에서의 해법 모색에 힘을 쏟고 있으나 성과는 크지 않다. 소위 강대국이 보여주는 에너지 문제는 아직도 심각하고, 선진국과 후발국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어떠한가? 수십 년간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일년 내내 앞을 볼 수 없는 매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여름이 되면 대륙은 불항아리처럼 온실효과로 끓어오르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젊은이들은 아마도 푸른 하늘을 모르고 거무스레한 스모그 속에서 평생을 살지도 모른다. 유럽 정도가 그나마 환경대응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별반 크지 않다. 이미 시작된 인도, 동남아 등 후발국의 개발과 에너지 사용이 본격화된다면 앞으로 끔찍한 재앙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특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국가의 책무와 역할은 크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사용은 세계 10위권의 대국이다. 작년 한 해 에너지 수입에 들어간 돈이 약 1800억 달러에 달하며,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에너지를 가공하여 수출하는 부분도 적지 않지만 에너지 사용에 따른 대가와 낮은 에너지요금의 혜택을 고려한다면 경제나 고용에 미치는 순편익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잠시의 편안함만을 찾는다면 에너지 사용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산업구조 개선의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인 선택이나 국제사회와의 교섭은 있을지라도, 이제 에너지 과소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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