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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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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도 적, 뒤에도 적 …‘끼인 자’의 운명은?

◆ 역사평설 병자호란 1·2권 한명기 저, 푸른역사 간, 각권1만5900원

  • 기사입력 : 2013-11-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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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G2(Group of 2)시대.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이 된 이후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앞으로 사사건건 양국이 부딪친다면, 그 와중에 일본이 자유롭게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면, 여전히 끼여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의 제국이 쇠퇴하고 새로운 제국이 떠오른 전환기마다 한반도는 늘 위기를 맞았다.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 나아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성찰해야 한다.

    이 책은 국제전쟁으로서 병자호란을 조망한 통사(通史)다. “병자호란은 단순한 과거가 아닌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일 수 있으며, 결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반추해야 할 ‘G2시대의 비망록’”이라는 저자의 말에서 출간의 함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병자호란의 참상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자 했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은 명과 청,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약소국이자 종속변수였다. 끼여 있는 약소국이 자존을 유지하며 생존하려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절실했다. 내정과 외교 양면에서 극히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저자는 먼저 ‘정권 안보’에만 급급했던 인조 정권의 난맥상을 지적한다. 인조반정은 분명 나름대로 명분과 정당성이 있는 정변이었지만 반정 주도 세력들은 집권 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광해군 때의 ‘부정과 비리’를 소리 높여 질타했지만 그들 또한 권력을 잡은 뒤에는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인조 정권은 과거 정권을 뒤엎는 ‘파괴’에는 성공했지만, 집권 이후 새로운 차원으로 ‘건설’하는 데는 실패했다. 건설은커녕 ‘정권 안보’에만 급급하다가 ‘국가 안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저자는 또한 인조 정권이 대외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주관적으로 규정하려 한 것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러다 보니 명과 후금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후금에 대한 대책 또한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을 ‘복배수적(腹背受敵)’이라고 표현했다. ‘배(腹)와 등(背) 양쪽에서 적이 몰려오는 형국’이라는 뜻이다. 조선은 정면의 중국 대륙과 배후의 일본 열도 사이에 끼인 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면이나 배후에서 기존 질서의 판이 바뀌는 변화가 일어나면 ‘끼인 자’ 한반도의 처지는 심각해진다.

    14세기 후반 이래 주변에서 힘의 전이가 벌어지면 한반도는 어김없이 전쟁터가 됐다.

    현재라고 다를까? ‘복배수적’의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냉전시대 이래 세계의 패권국으로 군림했던 미국이 쇠퇴하고, 지난 100여 년 동안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중국의 부상이 눈부시다. G2로 떠오른 중국의 자신감과 넘버 3으로 내려앉은 일본의 초조감에 일본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조바심이 맞물리면서 한반도 주변의 정세는 예측불가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저자는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활로를 찾으려 애쓰되 우리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적 실력, 군사적 역량, 문화적 매력 등에서 주변 열강이 무시할 수 없는 ‘근사한 민주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후대를 위해서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거듭 호소한다.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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