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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의 대책 없는 촌극을 보며/김유경기자

  • 기사입력 : 2013-11-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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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시절,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일대는 몹시 궁금하지만 선뜻 다가가기 두려운 곳이었다. 모두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동네 편의점처럼 마음대로 드나들 수는 없는 곳이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신포동 꽃동네’로 불리던 때였다. 예쁘게만 들리는 그 지명이 가진 속뜻을 잘 모르던 소녀시절이었다. 10년이 더 된 그때에도, 서성동 집결지는 ‘민주성지 마산’에서 사라져야 할 치부로 여겨졌고 실제로 그러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서성동 집결지의 외연도 축소됐다. 성매매 업소는 50여 개에서 38개로, 성매매 여성은 300여 명에서 100여 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서성동 밤거리를 지키며 재정비 사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6일 마산합포구청에서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대책위 좌담회가 열렸다.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했던 바람은 바람에 그쳤다. 조광일 구청장은 “서성동 일대를 민주공원화하는 데 창원시가 앞장서고 있음을 더 강하게 홍보해야 한다”며 행사가 시작되자 자리를 떴으며 임경숙 도의원은 치사에 바빴다. 비정기적인 단속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자 김종길 마산중부서 생활안전과장은 “다음에는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종사여성 생활 및 인권보호 방안 수렴의 건’은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좌담회는 끝났다.


    주민들은 “서성동을 재정비한다는 홍보만 10년째 들어왔다. 정기적인 단속도 안 한 지 오래다. 소음이나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라는 이름으로 둘러앉은 그들이 재정비 사업을 홍보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 아니라 치안 강화와 성매매 여성 생계문제를 해소할 실질적 대책이 도출되길 바랐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10번이 넘는 간담회를 열고도 ‘치안문제’로 두 시간을 떠드는 그들의 황당한 촌극이, 사안의 어려움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확실한 바로미터일 테니 말이다.

    김유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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