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작가칼럼] 지자체와 문화콘텐츠- 표성흠(시인·소설가)

  • 기사입력 : 2013-11-29 11:00:00
  •   



  •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역마다 문화 콘텐츠 개발이 한창이다. 가는 곳마다 축제요, 앉는 자리마다 학술세미나다. 쓰는 돈도 만만찮다. 혈세의 낭비다. 과연 이러한 행사들이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의식을 고취시킨다든지 내 고장 역사를 바로 알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나 긍지를 느끼게 한다든지, 행복을 창출한다든지, 수익성을 창출하든지 하는, 소위 말하는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후 평가는 거의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한 번 열렸던 행사는 계속해서 그 세를 불려나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뜻있는 사람들은 자성을 촉구하고 나서지만 그게 직·간접적으로 선거와 관련돼 있는 일들이라 속수무책이다.

    문화콘텐츠란 과연 무엇이며 어떠해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말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이에 걸맞게 실행하는 일이다. 흔히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느니, 가장 지역적인 게 가장 특색 있는 문화상품이라고들 말한다. 예를 들자면, 영국을 가면 런던을 가고 런던을 가면 버킹엄궁전을 보러 가게 되고 거기 가면 궁궐 문을 지키는 보초들의 교대의식을 보려고 시간을 맞추게 된다. 그게 가장 영국적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그를 본떠서 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서울에 가면 궁궐보초가 있어 그 화려한 교대식을 보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중국을 가게 되면 40여 개국의 소수 민족들이 각기 그 특유의 의상을 입고 민속춤을 추거나 고유의 전통놀이를 하는 모습을 관람하게 된다. 어느 나라를 가건 이러한 전통의식이나 고유상품을 만나게 되고 그러한 체험을 위해 시간과 경비를 지출하게 된다. 문화예술이 관광상품이 되는 경우다.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각 지역의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이 전에 없이 활기를 띠고 있다. 각 면 단위까지 각종 축제가 벌어지니 전 국토의 문화사업화 홍수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지금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겠지만 과거 공산주의 체제 아래에서의 중국이나 구 소련에서는 영화배우도 인민배우가 있었고 가수도 인민가수, 작가나 화가도 인민작가 인민화가가 있어 이들은 나라에서 주는 적당량의 보수를 받고 그들의 창작활동을 인민을 위해 쏟았다. 북한은 지금도 이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해 길러서 그들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예술과 창작의 자유라는 면에서 본다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지만 효용성으로 본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자유롭다. 이러한 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문화콘텐츠 발굴 작업 중에 가장 기본이 문학이다. 스토리가 있어야 연극이건 영화건 뮤지컬이건 만들게 된다. 조각이나 조형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들이 문학상을 공모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이미 횟수를 거듭해 온 하동의 토지문학상, 남해의 유배문학상, 의령의 천강문학상, 올해 처음으로 모집한 합천의 다라국문학상 역시 이런 맥락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 문학상이 출판 그 자체로 끝나버리고 그 후속 조처가 없다면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후속 조처란 무엇인가? 당선작을 무대공연이나 영상드라마로 연계시키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작품을 뽑아야 한다.

    각 지자체들이 마음먹고 벌이는 공모사업이라면 출판으로 끝낼 게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의 활용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그 모집방향과 주제를 확실히 정해 자기 고장의 역사나 인물을 발굴하고 알리는 주제를 발굴 집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순수문학작품과 스토리텔링은 다르기 때문이다. 순수문학작품의 모집은 다른 곳에서도 많다. 지자체들의 문학상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표성흠 시인·소설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