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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경남은행 ‘최고가 매각’ 왕도 아니다- 이상목(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3-12-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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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최종입찰이 오는 23일로 다가왔다. 경남은행은 3곳, 광주은행은 6곳에서 최종입찰 참여를 예고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들 인수후보들에는 BS금융지주(부산은행), JB금융지주(전북은행)와 같은 타 지역 지방은행 금융지주회사들이 포함돼 있고, 경남은행이나 광주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지방은행들 중 자산규모나 영업망 측면에서 업계 선두를 차지할 수 있기에 패권 다툼이 치열하다.

    특히 산업·경제여건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동남권 지역의 금융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경남·울산 지역상공인과 그것을 빼앗아 가려는 BS금융지주의 경남은행 인수전이 이번 우리금융 민영화 성패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뜨거운 경남은행 인수전에 정부도 적잖이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시종일관 국익이라는 명분하에 ‘최고가 매각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는데 과연 최고가만이 왕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남은행은 이미 투입받은 공적자금 3528억 원의 97%인 3411억 원을 갚았다. 거의 다 갚은 셈이다. 경남은행의 매각가격이 1조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상환한 원금 기준으로는 약 3배가 되고, 잔액(117억 원) 기준으로는 무려 80배가 넘는 엄청난 장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경남은행 민영화의 3대 원칙에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이외에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원칙도 분명히 있음에도 최고가 원칙만을 강조하는 것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특정 지역을 정치적으로 고려했다’는 식의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면피성 냄새가 강하다.

    공적자금을 거의 대부분 회수한 은행을 반드시 최고가 원칙을 고수해 팔겠다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돈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며 ‘먹튀’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과거 외국계 사모펀드의 행태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최고가 매각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

    지역 상공인들이 은행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뭉치는 것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도 마땅찮다.

    산업자본이 지방은행 지분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여러 지역기업이 자금을 모으는 것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 위한 의도라고 몰아가는 행태는 공감을 얻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인수자금이 여유로운 지방은행 지주회사의 입장에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손쉬운 경쟁구도이다. 가격만 더 써내면 경남은행을 통째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은사랑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경남·울산지역 상공인들과는 출발선부터가 달라 너무나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경남은행 민영화에 있어 더 이상 ‘가격 경쟁’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지방은행 문제는 지역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미 충분히 거두어 들인 공적자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진정 지역균형발전과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남은행 지역환원을 위해 모인 경남·울산 1만5000명 시도민의 궐기대회, 108만 명의 서명지, 수백 개 지역단체의 지지선언, 수차례의 국회 토론회 및 성명서 발표가 염원하는 경남은행 지역환원을 ‘최고가 매각’의 방패로 막아선 안 된다. DGB금융그룹이 경남은행 지역환원에 합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역 상공인들이 경남은행을 헐값에 넘겨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경남은행이 민영화 이후에도 지역은행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정가격을 제시하려는 ‘경은사랑 컨소시엄’에 매각해 달라는 것이다. 인수 후보들 간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불필요한 승자의 저주를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최종입찰 기한은 다가오고 경남은행 지역환원을 염원하는 지역의 목소리는 더욱 우렁차다.

    이상목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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