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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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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잘 계셨어요?” “어서 온나, 안 춥더나”

고성군청소년문화의집 ‘독거노인 손자손녀 맺기’ 프로그램 운영
지난 4월부터 매주 토요일 어르신 댁 방문 말벗되어주고 안부전화

  • 기사입력 : 2013-12-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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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크파워봉사단원과 고성읍 장계마을 할머니들이 지난 22일 만남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건배를 하고 있다. /고성군 제공/
     


    “처음에는 모르는 할머니 댁에 방문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할머니께서 즐거워하시고 준비한 간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친할머니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전화통화할 때 사랑한다. 다음에 또 놀러 오너라는 말씀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동지인 지난 22일 낮 11시 30분. ‘핑크파워 자원봉사단’ 단원인 박선화(고성고 3)·김은빈(고성중앙고 2)·이송미(고성여중 1) 학생은 유정림(43) 청소년지도사와 함께 고성읍 장계마을회관을 찾았다.

    손에는 청소년문화의 집에서 함께 만든 잡채와 부침개가 들려 있었다.

    익숙한 듯 노인정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이남(81) 할머니가 이들을 반갑게 맡는다.

    “어서 온나, 안 춥더나.”

    “할머니 잘 계셨어요.”

    아이들은 준비해간 음식을 차렸고 임필순(86) 씨 등 다섯 분의 할머니들은 아이들이 온다고 준비한 삶은 고구마와 음료수를 내놓았다.

    이렇게 아이들과 할머니는 훈훈하고 따뜻한 동짓날을 보냈다.

    아이들이 하는 봉사활동은 고성군청소년문화의집이 주관하는 독거노인 손자손녀 맺기 프로그램이다.

    군이 홀로 계신 어르신 10명에게 손자손녀를 맺어주는 이 프로그램에는 관내 청소년으로 구성된 핑크파워 자원봉사단원 중 1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고성군청소년문화의집 소속 봉사단인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매주 토요일을 비롯한 주말 고성군노인복지센터의 추천을 받은 홀로 계신 어르신 댁을 방문해 말벗이 되어 드리고 전화로 안부를 여쭙는 등 어르신들과 행복한 추억을 쌓고 있다.

    이날이 올해의 마지막 방문이었다.

    지난 8개월간 청소년 봉사단원들은 한주도 빠짐없이 빵, 쿠키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할머니를 방문했다.

    박선화 학생은 “할머니께서 손수 농사지으신 고구마나 호박을 싸 주시기도 하신다.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할머니들을 만나고 오면 배둔에 사시는 할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나 전화를 드린다”고 했다.

    봉사단과 할머니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 유정림 지도사는 “할머니들에게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 시작했는데 참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예산지원 없이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돼 보람이 컸다. 내년에도 멋진 인연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저물어가는 2013년 12월의 주말. 참 따뜻한 동짓날이었다.

    김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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