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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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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신춘(新春)의 설렘에 대하여 - 성선경 (시인)

  • 기사입력 : 2013-12-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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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12월 하면 늘 제일 먼저 신춘문예 (新春文藝)가 생각난다. 이십여 년 전의 나도 그 대열에서 가슴을 울렁울렁거렸으니까. 지금쯤 신춘문예의 당선 통보를 받고 가슴이 벅차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신인도 있을 테고, 올해에는 어떤 작품이 되었나? 눈에 힘을 주고 1월 1일자 신문을 기다리는 예비작가도 있겠다.

    그래서 12월 말부터 신년 1월 1일까지 이 울렁거리는 기다림이야말로 진짜 청춘(靑春)이다. 이렇게 맞이하는 게 진짜 신춘(新春)이다. 이런 울렁거림이 없이 어떻게 봄을 맞을 것이며, 이런 울렁거림이 없는 사람이 어찌 청춘이랴.

    나는 올해 신춘의 당선을 통보받은 작가들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다시 내년을 기대하는 예비작가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나도 한 번의 낙방과 한 번의 당선을 경험했다. 당선 이후에도 나는 십여 년 동안 1월 1일자 신문을 구하러 다니는 수고를 계속했다.

    1월 1일자 신문의 신춘문예를 읽고 그들의 울렁거림을 나도 같이 울렁거리며 나는 그들과 같이 신춘문예의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울렁거림은 내게 다시 청춘을 느끼게 하고, 나의 시작(詩作)을 되돌아보게 하는 확실한 매개체가 된다. 1월 첫날의 신문 냄새를 맡고나서야 나에게는 신년이 오고 새해가 된다.

    그런 수고로움과 설렘이 많이 가신 지금도 신춘문예가 기다려진다. 올해는 어떤 신인이 나의 눈을 괄목(刮目)하게 할까? 어떤 신선함으로 나의 나태함을 깨우쳐줄까? 이런 기대가 이 연말을 설레게 한다.

    나는 26년 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당선 통보를 받았다. 12월 20일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던 통보가 오지 않아 올해도 또 낙선의 아픔을 겪나 보다 하고 포기를 한 그 며칠 후, 뜻밖에 통보를 받았다. 당선의 통보를 받고 기뻐하던 그날이 다시금 생각난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 20대 젊은 작가의 등장을 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신춘문예뿐만 아니라 다른 지면에서도 젊은 작가의 등장은 보기가 어려워졌다. 발표 지면이 늘고 등단 지면도 풍부해졌지만 20대의 젊은 작가를 만나기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혹자는 젊은이들에게 글쓰기보다 더 흥미를 끄는 문화가 많아서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많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글쓰기의 한계를 젊은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젊은 작가의 등장이 희소해진 요즘, 젊은 작가의 등장은 더욱 신선하고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로 젊은 작가의 등장은 그 신선함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젊음이란 어느 곳에서든 아름다운 것이지만 특히 젊은 작가는 더 아름답다. 그 젊은이가 앞으로 펼치고 나갈 새로운 세계가 기대되고, 그 젊음을 더욱 돋보이게 할 새로운 생각과 작품이 기대된다. 그래서 젊음이란 말은 무엇을 수식하든 아름답지만, 젊음이란 말이 수식하는 것 중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젊은 작가가 아닐까 한다.

    신춘(新春)이란 말은 그래서 청춘(靑春)이란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그것은 어디 얽매임 없이 홀로 바다를 건너는 젊은 선원 같다. 망망(茫茫)의 대양을 향해 돛을 올리고 바람을 한껏 맞으며 출항하는 배와 같다. 처음 신대륙을 향하여 출항하는 저 탐험대처럼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그래서 신춘이란 단어는 청춘이란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신춘이 아름다운 것은 신춘문예 출신이 나침반 없이 바다로 나간 선장처럼 두려운 항해를 할지라도 그 설렘이 두려움보다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기쁨과 막막한 앞날에 대한 기대가 그 모든 어려움을 덮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길을 스스럼없이 나서는 청춘을 이 계절에 나는 만나고 싶다. 나도 같이 울렁거리고 싶다. 신춘이여 오라. 봄이여 어서 오라. 나는 저 신춘으로부터 봄이 온다고 생각한다.

    성선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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