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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 이렇게 해야 한다- 최해범(도립거창대학 총장)

  • 기사입력 : 2013-12-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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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의 대학 구조 조정안을 두고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구조 조정안은 전국 339개 대학(전문대 포함)을 절대평가한 후 상위, 하위, 최하위 3개 그룹으로 구분하고, 정부재정지원과 연계해서 정원감축과 학교폐쇄를 유도하겠다는 거다. 그간의 정부 대학 구조조정안을 좀 더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사실 재학생 충원율 70%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전체 사립대의 7%에 달하는 데다, 5년 뒤인 2018년이면 대입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보다 많아진다.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정부, 학계, 국민들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오늘날 대학들 역시 현실적 절박성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각론에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그동안 과거 역대 정권들 모두가 유사한 정책들을 무늬만 달리하면서 대학 구조개혁안을 발표하곤 했었다. 의무감에 짓눌려 급하게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다 보니 실패를 거듭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안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예컨대 과거처럼 일률적인 인원감축에다, 융합학문이다 하면서 억지로 복수의 학과를 계열로 통합하려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여전히 대학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타율적인 정부 정책에 대학들이 끌려가는 형국이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학 스스로가 지역별·특성별 장단점 분석을 통해 적정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사안에 따라 지원하고 권고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면 될 터인데, 타율적인 잣대로 대학을 재단하려는게 문제다. 물론 재단이사장이나 총장이 비리·재산횡령혐의로 사회문제가 됐던 대학교, 대학등록금을 제 돈처럼 쓰다 적발된 대학교, 매년 입학정원의 50%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교는 정부의 평가 이전에 부실대학으로 국민들 사이에 인식돼 결국 정부가 아니더라도 머지않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대학평가에서 획일적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성평가도 자의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구체적 기준과 방향이 합목적적으로 제시될 때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평가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데 중점을 두어야지 제재와 징벌의 기준으로 활용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그것도 대학 구성원의 자발적인 동의하에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 외부의 경영컨설팅에 근거해서 일방적, 위계적, 강제적 조정을 시도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전문대학 지원정책도 달라져야 하겠다. 2017년까지 전문대학 취업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2~3년인 전문대학 수업연한을 확대하고 지원금도 대폭 늘리겠다는 내용의 전문대학 육성방안은 일단 눈여겨볼 대목이다. 작금의 전문대학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있고, 침체된 기능을 되살리자는 의미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육성함으써 실효성 있게 전문대학을 바꾸어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4년제 대학들이 전문대학을 따라서 미용학과, 안경학과, 장례학과 등 전문대학에서 개설한 학과를 무분별하게 설립함으로써 대학사회에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만약 정부가 제대로 전문대학을 육성해 나간다면 일부 4년제 대학들의 전문대학 따라하기도 멈추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모든 전문대학에 대해 정부가 일률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화 시대에 맞는 경쟁력 있는 인력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전문대학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사업이 기존의 교육역량강화 사업을 겉모습만 근사하게 디자인된 형태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대학 퇴출에 관한 법적 장치도 본격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사립대 법인 해산시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재산 출연자의 생계비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법인 해산을 망설이고 있는 설립자에게 대학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합리적 대학 구조조정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해범 도립거창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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