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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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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무릉 교육을 꿈꾸며- 윤흥두(함안 칠원고 교장)

  • 기사입력 : 2014-01-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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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학교는 함안군 무릉리에 있다. 이곳은 조선 중기 교육개혁에 힘을 쏟은 신재 주세붕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무릉’이라는 이름도 주세붕 선생님이 직접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그 근원을 따지면 ‘무릉’이라는 이름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중국 진나라 때 한 어부가 물길을 따라 가는데 복숭아꽃 숲을 만난다. 어부는 신비로운 동굴을 지나 작은 마을에 당도하는데, 아이,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본다. 어부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다시 마을로 내려온 후 그곳에 찾아가려고 하지만 찾지 못한다. 그 이후 우리는 지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을 말할 때 무릉도원을 떠올린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해 지상낙원을 꿈꾸며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 같다.

    사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교육 일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줄 세우기식 교육과 1등 만들기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경쟁과 위기의식을 확산시키고, 학생들은 좀 더 특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 교육의 자화상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공부를 못하는 학생도 모두가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풍요롭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세상에 나아가 승승장구할 때나 어려움에 부딪혀 좌절하고 의기소침해할 때나 항상 행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하는 것, 이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21세기 교육 방법으로 EQ를 개발하느니 감성교육 또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니 다들 말이 많다. 이럴 때 모든 백성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이곳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주세붕 선생의 무릉에 담긴 뜻을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2014년에는 우리 교육이 최고를 향해 달리는 교육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교육으로 변화하길 바란다.

    윤흥두 함안 칠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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