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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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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성과 감성- 하승철(경남도 경제통상본부장)

  • 기사입력 : 2014-01-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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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화 ‘쇼생크 탈출’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앤디는 교도소 방송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LP판을 튼다. 죄수들은 여성 가수의 아름다운 이중창을 들으면서 충격과 힐링을 경험한다.

    바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자유롭게’이다. 그런데 보마르쉐의 원작을 보면 피가로가 주인을 조롱하는 장면이 꽤 인상적이다. “백작님은 지위도 높으시며 재산도 많으십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해 하신 일은 무엇입니까? 그저 태어나신 일밖에 더 있습니까?”

    2010년 월드컵축구에서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앞두고 인터넷을 달군 음악은 생뚱맞게도 ‘Don’t cry for me Argentina’였다. 음악의 주인공 에바 페론은 빈민층의 사생아로 태어나 역경 끝에 퍼스트레이디가 된 사람이다. 시민들이 병원이 없다고 하면 바로 병원을 지어주었고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학교, 고아원을 지었다. 필요한 돈은 사업가를 윽박질러서 얻어냈다. 선동가이자 봉사자로서 국민들로부터 ‘성녀’라 불리며 인기를 누렸고 34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민중이 있다고 한다.

    칸트는 말했다. ‘계몽이란 지각의 미성년 상태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감히 생각하라’고. 2014년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성숙된 민주주의는 기실 과학주의와 합리성의 시대를 연 계몽주의의 은덕에 힘입은 바 크다. ‘피가로의 결혼’도 ‘감히 생각’하게 된 시민들이 미신과 지배이데올로기를 타파하려는 계몽주의의 세례를 입은 1784년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을 낳은 계몽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엄격한 형식적 과학주의로 인해 마르크스주의나 나치즘의 뿌리라는 점에서 야만적이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계몽주의가 이성에 대한 확신의 덫이 문제였다면, 에바 페론은 그 반대다. 문제의 근본에 대한 진지한 이성적 고찰도 없이 가슴이 이끄는 대로 퍼주기만 해서는 포퓰리즘의 노예가 된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 영화 ‘센스 센스빌러티’와 같은 예술작품에서만 필요한 주제가 아니다. 뜨거운 가슴으로 약자들의 아픔과 사회문제를 보고, 합리적 정책대안을 만들어 냉정한 열정으로 실천하려는 자세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최후의 공익 수호자로서 관료가 지녀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하승철 경남도 경제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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