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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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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행복한 삶의 조건- 윤흥두(함안 칠원고 교장)

  • 기사입력 : 2014-01-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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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가 안정되고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두터운 중산층 확보다. 그래서 한 사회를 살필 때 중산층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본다.

    직장인들에게 중산층의 기준을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부채 없는 99㎡의 아파트와 2000㏄급 이상 중형차를 소유하고, 1억 원 이상의 예금 잔고에 월 5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매년 해외여행을 한 차례 이상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에 맞아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약간의 비약과 사회풍자의 의미가 담겨 있긴 하지만 우리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사회 분위기가 경제적 잣대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돈을 찾아서 분주하게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가 바라보는 중산층은 우리의 기준과는 많이 다르다. 프랑스에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던 조르주 퐁피두는 삶의 질(Qualite′de vie)을 자신의 대통령 선거 공약집에 담았는데 당시 많은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가 정한 중산층 기준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으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한다. 또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공분(公憤)에 의연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68혁명으로 혼란스러웠던 프랑스 사회에서 이익관계가 서로 다른 각 계층을 협상으로 이끌어 프랑스 사회를 개혁하고 어려웠던 경제를 일으키려 노력했던 점은 지금의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삶의 질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달라 보인다. 우리의 중산층 기준은 ‘물질’이지만 프랑스의 기준은 여유와 올바른 가치관이다.

    물론 전 세계가 경제를 우선시하고 돈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두가 우리처럼 돈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개념도 프랑스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를 자랑하는 우리만 유독 금권에 휘둘려 풍요로운 삶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윤흥두  함안 칠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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