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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 일본 메이지유신 원동력은 무엇일까

네덜란드 출신 동양사학자, 무사 사카모토 료마의 도전과 신념·발자취 다뤄
막부 멸망부터 개항까지 메이지 유신 전후 시대 사회 경제적 상황 재조명

  • 기사입력 : 2014-02-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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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모두 이긴다.(知彼知己 百戰百勝)’ 손자는 병법서에 이렇게 기록했던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국수주의 행보로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 일본 사회의 형성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길잡이로 충분한 책이다.

    저명한 동양사학자이며 일본 근현대사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마리우스 B. 잰슨의 베스트셀러 ‘Sakamoto Ryoma and the Meiji Restoration’을 손일 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와 이동민 박사가 공동으로 완역한 책이다. 출간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 격동의 시기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상세한 서술로 지금까지 서구뿐 아니라 일본 학자들 사이에서도 일본 근현대사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이 중앙집권적 근대 국가를 이룬 정치·사회적 대변혁인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과 유신에 이르는 전개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유신을 통해 통일된 국민국가로 발전했고 나아가 서구 강대국들과의 국제적 평등과 아시아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19세기 중반 일본은 서구의 위협에 직면했다. 1854년 미국의 무력 위협으로 ‘일·미 화친 조약’을 체결해 문호를 개방한 이후 막부(幕府·일본의 무사정권)가 멸망에 이르는 1867년까지 10여 년은 외세에 대한 적대감과 긴장이 폭발한 시기였다.

    반면 그 시기 이념·정치적 격동은 1868년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을 촉발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책은 에도 막부의 말기, 서구 열강의 개항 요구, 계급 간 갈등 등 메이지 유신 전후의 시대상황을 자세히 보여 주며 유신의 발생, 전개, 결과를 설명한다. 다만 일본 전체가 아닌 도사 번(土佐 藩)이란 지역으로 한정해 그곳 출신으로 메이지 유신 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무사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업적과 사상, 사회·경제적 상황을 조명한다.

    사카모토는 일본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언급될 정도로 일본인이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손꼽는 국민적 영웅이다. 그는 막부의 마지막 쇼군이 받아들인 주청의 초안자로 막부의 통치권을 천황에게 돌려주는 대정봉환을 이뤄냈으며, 메이지 신정부의 강령의 모태가 되는 선중팔책(船中八策)을 작성해 메이지 유신의 실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이다. 다시 말해 막부 체제를 종식하고 일왕 중심의 중앙집권적 근대국가를 세운 인물이다. 비록 하급 무사였지만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그는 1867년 33세의 나이로 반대파의 칼에 죽음을 맞으면서 신비감마저 남겼다.

    봉건체제의 계급의식과 신분의 벽을 깬 그의 극적인 인생은 소설과 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진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 ‘료마가 간다’와 2010년 방영돼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NHK 대하드라마 ‘료마전’이 그 예다.

    사카모토의 화려한 행적은 일본인 작가와 극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호도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게 역사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책의 저자가 네덜란드 출신의 동양사학자라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책은 방대한 내용과 상세한 서술은 물론 료마라는 인간에 대한 객관적 묘사가 특징이다. 유신 전후의 시대 상황을 보여 주면서 메이지 유신의 발생과 과정, 결과를 폭넓게 풀어 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메이지 유신이 가져온 변화 자체보다는 그 의미와 원동력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유신의 전개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와 함께 역사적 배경뿐 아니라 지금까지 보존되어 온 인물들의 서신 등 섬세한 기록을 통해 그 인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볼 수 있어 읽는 동안 행간마다 앞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마리우스 B. 잰슨 저/손일·이동민 역, 푸른길 간, 3만5000원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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