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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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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21세기, 우리는 언어의 원시인- 유혜인(창녕교육장)

  • 기사입력 : 2014-02-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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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해양수산 관련 업무를 관장하던 모 장관이 치명적인 말실수로 경질됐다. 그 정치인의 말이 기름 유출로 가뜩이나 시름에 빠져 있는 어민들에게 경제적인 손해보다도 쓰라린 마음에 더 깊은 상처를 준 것이 경질의 빌미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에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 속담이 생각났다.

    이런 부적절한 말도 문제이지만 최근 청소년들의 언어습관도 심각하다. 국립국어원 조사를 보면 초등학생의 97%, 중·고등학생의 99%가 비속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욕설의 어휘가 강해지고 있고, 교육부 실태조사에서도 학교폭력은 줄고 있으나 언어폭력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대 국어문화원에서는 “폭력적인 언어로 형성된 사고는 밝은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억제하고, 부정적이고 폭력적 행동을 유발하며, 피해자의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입혀 불안감과 적대감은 물론 자살과 살인을 부르기도 한다”고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그에 대응하는 사고방식과 세계관도 다르다고 한다. 이는 인간의 사고(思考)가 일종의 언어로, 그 사람의 말이 곧 생각의 수준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말에는 마음씨가 담긴다. 말과 생각이 거칠어지면 행동이 거칠어지고 사회적 분위기도 험악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여론을 조성하고 청소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매스컴에서조차 정치,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여과되지 않은 자극적인 말들이 난무한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은 “막말이 우리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사회 지도층이 막말과 거친 행동을 삼가고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어른들의 거칠어진 언어생활을 지적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두 번(二) 생각한 뒤에 입(口)을 열어야 말(言)이 된다는 한자의 의미를 깊이 새겨볼 일이다.

    유혜인 창녕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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