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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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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기 대응 부실이 부른 실종 장애아동의 죽음

  • 기사입력 : 2014-02-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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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폐성 장애아동 정민기(9) 군이 지난 24일 창원시내 한 폐건물 지하 3층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준다. 지난 10일 다니던 창원 천광학교를 나가서 실종된 지 15일 만이다. 수심 1m 깊이에 가라앉은 채였다.

    정 군을 죽음에 이르게 한 데는 먼저 학교 측의 늑장 신고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창원중부경찰서가 밝힌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학교에서 경찰에 최초로 신고한 시각은 정 군이 학교를 이탈한 지 2시간이 지나서였고, 정 군은 이미 1시간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학교 측은 매뉴얼에 따라 할 일을 다 했다고는 하나 보호시설의 실종아동은 지체 없이 신고토록 하고 있는 법 규정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더욱이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찰은 지난 12일, 15일, 22일 이 폐건물을 세 차례나 수색했지만 정 군을 찾지 못했다. 이 건물 출입구가 잠겨 있어 주변만 둘러봤고 랜턴으로 건물 내부를 비춰본 게 고작이었다고 하니 물에 잠겨 있는 정 군을 발견했을 리 만무다. 정 군이 살아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물속은 수색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변명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할 경찰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CCTV 통합관제센터도 문제다. 정 군이 폐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민간의 누비자 거치대 감시용 CCTV 등으로 확인됐다. 관제센터에서 수많은 CCTV를 관리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제에 ‘구멍’을 메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도심에 방치된 건물에 대한 행정당국의 안전대책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 군이 발견된 폐건물은 D등급으로 분류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으로 규정돼 있지만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경남에 공사가 중단된 20곳의 건축물 중 절반 이상인 12곳이 D등급인 것을 감안하면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정 군의 죽음은 늑장신고와 허술한 수색, 통합관제센터의 허점, 방치된 폐건물 등이 가져온 복합적인 사건이다.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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