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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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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속의 일본이야기(일본이 말하지 않는 진짜 모습)

사무라이는 왜 주군과 아버지를 배신했을까?
역사 속 사건 통해 일본인 속내 파헤쳐

  • 기사입력 : 2014-03-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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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여행하며 만나본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그러나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등에서는 몰염치한 모습을 보인다. 더욱이 근년 들어서는 아베 총리의 잇따른 망언에 반한류(反韓流)·혐한류(嫌韓流) 시위마저 거세지고 있다.

    일본인의 극단적인 두 모습은 무슨 이유일까?

    일본인에게는 다테마에(建前, 가식)와 혼네(本音, 본심)로 구별되는 안과 밖이 다른 이중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는 인사말, 상대에 맞추는 친절한 태도, 자신의 생각은 숨긴 채 아부하는 표현, 싫다는 표현을 솔직히 하지 않는 상냥한 표정 등…. 일본 사회는 본심(혼네)을 철저히 감춘 채 최대한 좋게 포장한 가식(다테마에)의 인간관계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특히 일본인들은 개별행동과 집단행동에 상당한 간격이 있다. 길 가다 약간 부딪친 경우에도 마치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사과하는 일본인이지만, 국가나 단체가 저지른 큰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하거나 합리화한다. 양 극단을 달리는 일본의 두 얼굴이다.

    이에 대해 일본에 정통한 한 교육자는 “현재의 일본사회는 사회 전체가 자신의 치부는 절대로 노출하지 않고 가식적인 인간형성을 침묵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한 바 있다.

    저자는 “일본인에게 나와 타인, 내부인과 외부인의 구분은 뚜렷하면서도 유연하다. 일본어로 타자(他者)란 ‘다른 사람’, 타인(他人)이란 ‘아주 남남인 사이’로 이해하면 된다. 또 일본에서의 ‘이에(家)’는 혈연집단을 초월하는 경영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라도 필요하다면 바로 포용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즉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가 언제든지 타인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구조로 인해 일본에서의 ‘효(孝)’란 가업의 번성과 정진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또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가족 공동체에서 나아가 더 큰 사회적 시스템으로 확대하면 무사와 주군과의 관계도 예상할 수 있다”면서 “1603년 도쿠가와 막부가 성립되기 전 일본은 조정과 여러 무사 가문과의 갈등으로 혼란의 시대를 겪고 있었는데,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혈연보다 가문의 이익을 우선하던 분위기는 무사들이 주군과 조정을 향해 끊임없이 대항하는 규범으로 발전했다. 주군을 위해 충성을 바치는 무사들은 제 아무리 더 높은 위치의 조정 관리나 천황이더라도 칼을 겨누며 배신과 반란을 일삼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18세기 초 무사들의 집단 복수를 그린 ‘주신구라(忠臣藏)’ 등 일본 고전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무사들은 목숨에 연연하지 않고 대의와 주군을 위한 충성을 위해 최후를 결정하는 용감한 사내들이다. 그렇지만 실제는 정의와 충성에 대한 굳건한 실천의지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나의 체면’, ‘세간의 이목에 비친 나의 모습’을 중시한 결과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사에 대한 이런 환상은 연극, 영화 등으로 재생산돼 신군국주의 국가 건설에 매진할 때 국민동원 수단으로 이용된 것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주신구라’ 이야기는 일본 무사들의 충의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여겨져 일본 대중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왔지만, 일본 위정자와 지식인들에 의해 시대적 상황에 따라 의미가 변주돼 활용됐다. 그래서 ‘주신구라’의 본질, 일본 무사들의 이중적 태도는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읽을 수 있는 단서”라고 주장한다.

    예의와 싹싹한 미소 뒤에 차가운 무표정을 숨긴 일본인, 가족과 나라 사이를 넘나드는 일본의 분명하고도 모호한 기준과 경계, 책은 일본의 역사적 사건과 현상을 통해 가면 속에 감춰진 일본의 속내를 파헤치고 있다.

    김욱 저, 한국경제신문사 간, 1만9000원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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