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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잘못된 아이들, 소수 아니라 상당수 아닌지…- 정기홍(사회2부 국장)

  • 기사입력 : 2014-03-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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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청소년들로부터 황당한 일을 세 번이나 겪었다.

    2월 초 창원시 의창구 명곡동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중학교 1~2학년쯤 돼 보이는 여학생이 바닥에 마구 침을 내뱉었다. 당시 엘리베이터에는 1층으로 내려가는 어른 4명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학생, 엘리베이터 바닥에 침을 뱉으면 안 되지” 주의를 줬다. 어린 여학생은 3층 버튼을 눌러 내리면서 “에이 X발, X라 재수없네”. 그 말이 지금도 귀에서 맴돌고 있다.

    2월 13일 졸업식이 열린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모 중학교. 오전 9시께 교문 입구에는 꽃 파는 상인과 학부모들로 북적댔다. 한 여학생이 교문 밖으로 나가면서 “에이 XXX들, 다 죽여버려야지.”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2월 23일 밤 김해시 장유 3동에 있는 공원에 산책을 나가니 지인이 있었다. 그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2명을 가리키며 “쟤들 여자공중화장실에 들어가서 30분가량 있다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뭐 했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지인은 “어제오늘의 일인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긴 수년 전 10대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훈계하는 60대를 집단폭행해 사망케 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고, 교실에서 나무라는 선생님을 때리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극소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저지른 일이었다.

    청소년들의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행동은 ‘소수’에서 이제는 ‘상당수’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니 교사의 권위가 제대로 설 리가 없다. 청소년 비행, 교권 추락 같은 얘기는 진부한 얘기로 처박힌 지 오래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근무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선생님과 어른들에 대한 청소년들의 언행이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가장 빠르게 추락하는 도덕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 청소년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로 삼아야 한다. 청소년이 내일의 주인공이라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청소년 문제는 고대부터 있어 왔고 ‘인간사회의 복원력’이라는 본능과 같은 행운 때문에 지금껏 버텨 왔지만 ‘상당수’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도덕과 교사의 권위는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여야 한다.

    황진이와 화담 서경덕(1489~1546). 천하의 절세미인 황진이는 놀이에만 빠졌던 게 아니라 경서를 배우기도 했다. 그녀는 스승으로 섬겼던 서경덕이 세상을 떠나자 거지 차림을 하고 스승이 즐겨 찾던 금강산, 태백산, 지리산을 다니며 스승의 체취를 맡았다고 한다.

    교사도 세상 탓만 하며 학생들을 방치만 할 게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아이를 낳기만 한 부모보다 더 큰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부모는 단지 생명을 안겨준 것뿐이지만 선생은 아이들의 훌륭한 생활을 위해 힘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대부분의 학교에서 입학식을 했다. 50대인 필자가 초·중학교를 다닐 때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의 첫 교시 과목은 ‘도덕’이었다. 문득문득 그때가 그리워진다.

    정기홍 사회2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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