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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3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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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295) 제5화 불을 좋아하는 여자 45

“잠이 안 와요”

  • 기사입력 : 2014-03-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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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은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다.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내리던 눈도 서서히 그쳐 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요. 너무 좋아.”

    최미경이 장대한의 가슴에 안겨서 속삭였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녀의 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나도 좋았어.”

    장대한은 최미경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이미 자정이 훨씬 지나 새벽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잠이 안 와요.”

    “나는 졸린데….”

    “당신은 자요.”

    “어떻게 하려고?”

    “조금만 애무하다가 잘게요. 그래도 돼요?”

    장대한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최미경은 오랫동안 굶주렸기 때문에 욕망이 쉽게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알았어.”

    “아이 좋아. 근데 마누라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아요?”

    “몰라.”

    “경상도에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이 합방을 하고 싶어 부인에게 말했대요. 마, 누우라.”

    최미경의 말에 장대한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서방은?”

    “부인이 누웠는데 남편이 서지 않았대요. 그래서 부인이 교태를 부리면서 서, 바앙하고 말했대요. 그 뒤로 남편을 서방, 부인을 마누라라고 불렀대요.”

    최미경의 말은 조선시대 해학이다. 마누라와 서방의 유래를 그럴 듯하게 포장한 말이다.

    장대한은 눈을 감았다, 서서히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최미경은 조심스럽게 그를 애무하고 있었다. 장대한은 눈을 감은 채 그녀의 애무를 음미했다. 자려고 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은 또다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러한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잠도 안 자는구나.’

    장대한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좋은 일도 계속 하면 싫증이 난다.

    “나 먼저 나갈게요.”

    최미경이 옷을 입으면서 말했다. 이미 새벽 4시가 넘었을 때였다.

    “왜?”

    장대한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물었다.

    “아이들 밥을 해야 돼요.”

    “알았어.”

    최미경이 장대한에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 장대한은 최미경이 모텔을 나간 뒤에야 잠을 잤다.

    장대한이 깨어난 것은 오전 11시가 되었을 때였다. 최미경에게 밤새 시달린 일을 생각하자 어이가 없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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