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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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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감동의 힘- 조효래(함안 군북중 교장)

  • 기사입력 : 2014-03-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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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요일마다 내서읍 광려산에 있는 광천사 입구에서 바람재를 거쳐 쌀재까지 왕복해서 산길을 걷는다. 창원시에서 도중에 정자를 곳곳에 설치해 놓아 걷다 휴식하기에 좋다.

    지난해 봄 아내와 함께 산길을 걷다 잠시 휴식을 취하러 정자에 들렀는데, 주위가 평소와 전혀 달라 깜짝 놀랐다. 평소 담배꽁초가 하얗게 깔려 지저분해서 앉아 쉬기가 마뜩찮았는데, 그날은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그리고 정자 바닥 가운데 자그마한 분유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분유통 안에 꽁초가 제법 많이 들어 있고, 분유통 윗부분에 자그마한 글씨로 ‘꽁초 넣어만 주십시오. 제가 버리겠습니다’라고 써놓았다. 감동이었다.

    붉은 패널 글씨로 협박하듯이 ‘담배꽁초 버리면 과태료 30만 원! 창원시장’이라고 큼직하게 써서 정자 기둥에 흉물스럽게 턱 하니 붙여놓았다면 이 산중에서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감동을 주고 설득하는 힘이 윽박지르고 협박하며 지시하는 행정의 힘보다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되었다.

    꽁초, 넣어만 주십시오. 제가 버리겠습니다.

    ‘제가 버리겠습니다’ 이 말은 어느 시구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로 다가왔다. 그분께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 분유통은 어떤 분이 갖다 놓고 그런 글을 써놓았을까. 걸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제발 힘 없고, 배경 없고, 나약한, 지지리도 못난 선하디 선한 분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분이 학교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창원에서 제일가는 부자였으면 더욱 좋겠다.

    언젠가 교육 선배 한 분이 물었다. “자네는 퇴직 후 뭘 할 참인가?”, “저요 퇴직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꽃씨를 구해다 가을에 아무 곳에나 막 뿌리고 다닐 참입니다. 최소한 열 부대쯤은요.”

    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조효래 함안 군북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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