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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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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러 갔다 배우고 오죠

[기획] 재능기부 나선 청춘들

  • 기사입력 : 2014-03-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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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BS아카데미뷰티스쿨 창원지점 (사)자원봉사단 '만남' 회원들이 창원시 의창구 북면 화천부녀경로당에서 할머니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기부 하면 우리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돈일 것이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만 기부를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노(No)다.

    돈을 쓰지 않고 우리가 갖고 있는 재능을 활용한 기부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능기부는 원래 기업이 갖고 있는 재능을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젠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학생 3명이 재능기부로 사회에 빛과 희망을 던지는 20대들을 만났다.

    그들은 말한다. “재능을 나누고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잠자는 재능을 찾고 더 큰 세계로 나가는 길을 배웠다”고.



    ▲미용 기부하는 자원봉사단 ‘만남’

    재능기부란 무엇인가. 꼭 대단한 재능을 가져야만 기부를 할 수 있는가. 당신에게 남을 도울 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환영이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재능기부를 통해 재능을 뽐내고 있는 20대를 지난달 24일 만났다.

    유환주(23) 양은 미용에 재주가 있다. 대학생은 아니지만 학원에 다니면서 미용을 배우고 있다. 그는 재능기부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SBS아카데미뷰티스쿨 창원지점에 다니고 있는 유 양은 친구들과 함께 (사)자원봉사단 ‘만남’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학원에 봉사활동 날짜가 잡혀 있어 수강생 중 희망하는 사람들과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 막상 재능기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서 재능기부를 하기 전 두렵고 힘들었던 점을 알 수 있었다.

    유 양은 “하다 보니 어르신들께서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는 데다 선생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셔서 괜찮아졌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어르신들이 조금 실수를 하거나 부족한 면이 있어도 귀엽게 봐주시며 친손주처럼 다정다감하게 맞아주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재능기부를 하면서 스스로 헤어 디자인에 대한 실력도 쌓고 성취감과 즐거움도 커 시간이 허락한다면 계속해서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양은 “처음 재능기부를 시작할 땐 누구나 불안감을 갖지만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긴장감은 줄고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면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많은 젊은이들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유 양을 지도하고 있는 SBS아카데미뷰티스쿨 창원지점 관계자는 “매년 정기적으로 농촌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면서 “꾸준히 재능기부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우진(언론현장 실습생·경남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메카레볼루션 동아리 회원들이 고성 상리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열기구 만들기 실험을 하고 있다.



    ▲초등생에 교육 기부하는 메카레볼루션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에는 ‘메카레볼루션’이라는 특별한 동아리가 있다. 창설 3년이 넘은 이 동아리는 메카트로닉스학과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과 관련된 교육 나눔을 스스로 실천한다.

    최현석(24) 동아리 회장을 지난달 24일 캠퍼스 동아리방에서 만났다. 최 회장은 “재능기부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몰랐는데 송중원 교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동아리 회원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능동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메카레볼루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된 나눔의 기쁨에 빠져든 것이다.

    많은 대학생에게 봉사는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메카레볼루션’ 회원들은 취업 수단이 아닌 봉사 본연의 취지로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자격도 없는 저를 초등학생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고 부를 때마다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로 부끄럽고 책임감이 더 커졌다”며 “취업 스펙 쌓기나 점수를 얻기 위한 봉사가 아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배움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백문불여일견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며, 자신의 재능을 숨기거나 감추지 말고 당당하게 사회가 요구하는 부름에 응하는 것이 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말은 ‘재능기부를 하라, 하지 마라’는 식의 흑백논리가 아니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이 같은 따뜻한 문화를 많은 젊은이가 알고 참여한다면 사회는 더욱 예쁜 그림으로 그려질 것으로 여겨졌다.

    최 회장은 “앞으로 사회의 주류가 될 20대들이 재능을 썩히거나 과소평가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부 대열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대한(언론현장 실습생·경남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경남도자원봉사센터 소속인 'Love경남' 대학생 봉사단원들이 진해중학교 담장 벽화를 그리고 있다.



    ▲벽화 그리는 ‘Love경남’ 대학생 봉사단

    창원시 진해구 진해중학교에서 지난해 지역 아동, 청소년, 대학생과 함께하는 담장 벽화 그리기가 열렸다.

    이 특별한 행사에는 모두 70여 명의 어른과 젊은이 등이 참석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에서 활동 중인 작가 4명, 진해여고, 세화여고, 진해중 학생 등이 그들이다.

    이들 중 눈길을 끄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남도자원봉사센터 소속인 ‘Love경남’ 대학생 봉사단. 이 단체에서는 모두 20여 명이 참여했다.

    Love 경남 대학생 봉사단 소속으로 당시 벽화그리기 등 재능기부에 참여했던 육희정(22·경남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양을 지난달 24일 캠퍼스에서 만났다.

    그는 “스스로 색에 대한 감각이 없다고 생각하고 내심 자신이 없었지만 그리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면서 “소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나를 묶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육 양은 “이날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 같은 재능기부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가 그랬듯이) 재능이 없어서 기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을 두드리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 즉 스스로 시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애였다”고 말했다.

    특히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됐다고 했다.

    그는 “벽화 그리기 봉사를 실제로 해보니 특별한 미술적 감각이 있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고 자신의 숨겨져 있던 장점이나 세상을 향해 열린 열정 등 자아도 발견하고 더 큰 배움의 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육 양과 같이, 소중한 배움을 기초로 세상을 향해 내달리는 20대들의 아름다운 줄달음질을 상상하면서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교정을 나왔다.

    김소중(언론현장 실습생·경남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박혜나 경남도자원봉사센터 홍보협력팀장이 말하는 ‘재능기부’

    박혜나(46) 경남도 자원봉사센터 홍보협력팀장은 재능기부를 기부의 일방향적인 느낌과 나눔의 상호적인 느낌을 비교한 뒤 “기부는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재능과 자원봉사가 결부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는 봉사의 범위가 넓어졌다”며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자원봉사환경 안에서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재능나눔은 봉사라고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한 뒤 “장기적으로 잠재적인 재능을 실제적인 재능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재능나눔이 가진 사람만이 나눈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사회적 통념을 바꿔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게, 없는 사람도 있는 사람에게 어떤 형태든 나눌 수 있는 것이 재능나눔”이라고 했다.

    박 팀장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재능나눔을 바라보는 벽이 점점 낮아진다”면서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며 누구나 잘할 수 있는 만큼 기부의 문을 두드리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소중(경남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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