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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품위 있는 선거는…- 김용대(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4-04-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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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를 처음 시행했던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선거는 훌륭한 사람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고, 그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지금처럼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행위와는 차이가 있었다. 바로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일이었다. 뽑는 것이 아니라 싹수가 노란 사람을 색출하는 일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사람을 뽑는 것은 같아도 발상은 완전히 다르다.

    6·4지방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당 출신 지도자가 많은 경남에서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바로 주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 사람들을 골라내는 1차 관문인 ‘컷오프’가 엊그제 발표됐다. 컷오프를 통과해 2~3명을 두고 벌이는 당내 경선은 2차 관문이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2차 관문이 사실상의 본선과 진배없는 곳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공천을 획득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싸움은 치열할수록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막상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이고 보면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단지 자리를 두고 다툼만 있는 것으로 보여 아쉬울 뿐이다.

    선거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비방하거나 비난을 통해 상대방을 흠집 내는 일이다. 상대방에게 욕하는 일보다 더 쉬운 일은 없다. 돈이 들지도 않고, 무엇보다 상대보다 내가 더 선명하게 보일 테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도가 넘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 같은 흠집내기 선거운동은 상대방의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경우에 따라 도대체 저 후보는 왜 출마했지 할 정도로 정체성이 없는 경우도 목격한다. 선거판에 ‘광’ 팔러 나온 것도 아니고, 돈 쓰려고 나온 것도 아니다. 단지 남 욕하러 나온 건가 할 정도의 인사도 없지 않다. 특히 후보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정도는 더하다. 이들의 출마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착각에 의해 출마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 도지사가 돼야 하고, 왜 교육감이 돼야 하며 왜 시장군수가 돼야 하는가. 출마자들은 이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혹은 “지역에 봉사하기 위해”라고 흔한 답을 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출마자다. 출마를 하기 위해서는 ‘왜 출마를 했는가’에 대해 유권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이유 하나쯤은 갖고 나와야 한다. 그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자신 스스로 왜 나왔는지조차 알 수 없고, 유권자가 보기에도 정체성이 없다면 잘못된 출마다. 개인을 위해서도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상대방에 대한 막말과 비방이 출마 이유일 수 없고, 또 그것으로 도지사·시장·군수·지방의원이 되지도 않는다.

    물론 선거에 비방이나 비난이 없다면 이 또한 밍밍한 것이나, 격조 있게, 품위를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대에 있어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결정판이라는 말이겠다. 특히나 선거가 지역민들의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선거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마자들 스스로 품위 있는 언행이 앞설 때 가능할 것이다.

    김용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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