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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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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

섬은 곧 하나의 부엌이다
통영 토박이 출신 기자
3년간 섬 곳곳 다니며

  • 기사입력 : 2014-04-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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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추도에서는 물메기를 못으로 고정해 말린다.
    우도 주민이 가마솥에서 삶은 고둥과 따개비를 꺼내고 있다.
    매물도 주민이 미역을 말리고 있다.


    통영에는 570개의 섬이 있다. 그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44개. 이 많은 섬에는 육지보다 느린 탓으로 육지와는 다른 고유의 문화가 있고, 미처 사라지지 않은 문화가 있다.

    이 중 가옥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엌’에 주목한 작가가 있다. 12년간 통영의 지역신문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3년여 동안 44개 유인도를 수차례 드나들며 섬지역 부엌을 탐사했다.

    그러면 부엌이란 어떤 존재인가, 아니 어떤 역할인가? 예로부터 부엌은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대변한다. 좁은 의미에서는 하루 세끼 밥을 준비하는 공간이지만 더 깊이, 넓게 들어가면 우리네 먹고사는 일이 이뤄지는 필수 생활공간이다.

    또 관혼상제는 물론 마을 축제도 함께 준비하는 곳으로, 부엌은 개인 공간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넓게는 마을 공동체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40대 이상 중장년에게는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어머니가 연상되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으로도 추억된다.

    저자에 따르면 섬에는 육지와는 다른 부엌문화가 있다. 조업 중에 밥을 해먹기 위해 나무배 위에 설치한 ‘배 부엌’과 처마 밑이나 마당에 임시로 거는 ‘한데 부엌’, 수만마리의 고등어를 상하지 않게 보관하기 위해 땅 속에 묻은 ‘간독’, 섬 전체를 뒤덮은 물메기 말리는 풍경 등.

    저자는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한 섬의 생활문화와 자연에 순응하며 현명하게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지켜오고 있는 민속문화를 생생히 담아냈다.

    또한 그가 찾은 것은 한정적인 공간으로서의 섬집 부엌이 아니다. 섬사람들에게 부엌은 바다와 들, 그리고 마을 전체이기 때문이다.

    이제 섬에서도 예전의 아궁이 부엌은 많이 사라졌지만, 우도에서 지금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아궁이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야외에 설치한 한데 부엌, 배에 설치한 배 부엌과 같은 섬의 환경이 반영된 다양한 부엌을 발견할 수 있다.

    섬마다 바다마다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방문한 추도에서는 온 섬에 물메기를 말리는 풍경을 통해 섬 전체가 하나의 부엌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제주 해녀의 강한 생활력이 그대로 섬의 문화로 녹아든 매물도의 풍경을 통해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여성의 삶을 엿본다.

    이렇듯 공동체 문화와 정이 살아 있는 섬에서 부엌은 독특한 섬의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생활문화박물관이다.

    ‘섬의 선착장에 내리면 언제나 마주하는 풍경이 있다. 톳을 비롯한 해조류며 각종 생선들을 널어 말리는 풍경이다. 이 모습에서 섬의 부엌은 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섬 자체가 하나의 부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사람들이 섬을 찾은 까닭은 전쟁 혹은 가난을 피해 먹고살기 위함이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섬은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주었고, 삶을 지속시킬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부엌인 것이다.’(오늘도 섬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다 223P)

    이 책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을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하는 통영RCE가 잊혀져가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기록하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 <지속가능한 삶의 씨앗>의 첫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상현 저, 남해의봄날 간, 1만5000원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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