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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 판국에 눈물 안 흘리는 게 이상한 거야- 서영훈(방송인터넷부장)

  • 기사입력 : 2014-04-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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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 명의 아이들이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채 침몰하는 여객선 선실에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려 온다. 밖으로 나오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친구들의 손을 잡은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슬픔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꽃다운 아이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뜬눈으로 밤바다를 응시하던 엄마와 아빠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어디 진도 팽목항의 이들 부모들뿐이었을까. 텔레비전으로 또 인터넷으로 시신이 인양되는 장면을 보던 수많은 국민들도 아이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시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붉혔다.

    참담한 심정으로 구조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던 방송 진행자들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손석희 앵커는 이미 한 차례 인터뷰했던 실종자 가족과 다시 전화 연결을 하려 했지만 방송 직전에 그분의 딸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울컥했다. 잠시 고개를 떨구었던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송을 이어갔다. 또 정관용 시사평론가는 유가족이 흐느끼는 모습을 담은 자료화면이 나간 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팽목항에 있는 부모나, 이를 전하던 방송 진행자나, 또 방송으로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이나 그 심정은 매한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보수논객으로, 때로는 극우논객으로 불리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영화 브로드캐스트 뉴스에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안약을 넣어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한 앵커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이들 두 사람이 영화 속 낡은 수법을 쓰고 있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방송 진행자도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다. 아무리 방송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해도 그런 감정을 완전히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세월호 침몰과 같이 국민적 슬픔을 불러일으킨 사고를 전할 때면, 그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런데도 낡은 수법이니 역겨운 작태니 하며 비아냥거리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제대로 피지도 못한 꽃들이 물에 빠져 생명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도 슬픔이 느껴지지 않고, 또 이런 꽃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부와 해난사고 관련 기관, 선사와 선원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목도하고도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지 궁금하다. 하긴 정몽준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아들이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실은 뒤 언론의 질타를 받자, 갓 고교 졸업한 학생이 자신의 의견 낸 것 갖고 정몽준 아들이란 이유로 마녀사냥 하고 있다고 두둔하던 그였다.

    수많은 국민들은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과 슬픔을 같이 나누기 위해 유흥업소는 물론 일반 음식점 출입도 자제하고 있고, 창원의 노부부는 팔순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2년간 부은 적금을 털어 성금으로 내놓았다. 팽목항에 있는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기에 가능한 일이다.

    구조 현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는 방송 진행자들의 눈시울이 붉게 변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스럽다.

    서영훈 방송인터넷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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