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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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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치매- 박재근(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14-05-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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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시설에 자원봉사 갔던 10여년 전의 일이다.

    일흔을 넘은 할머니가 중학생 봉사자를 “오빠, 오빠” 하며 졸졸 따라다닌다. ‘치매 환자’였다.

    치매는 영어로 이성을 빼앗다 ‘dement’와 병명을 의미하는 ‘-ia’의 합성어 ‘dementia’다, 한자로는 멀쩡한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니 의혹이 간다고 해서 癡(치), 나무에 입만 달려 있는 형상의 (매)로 쓴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 치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치매와 전쟁을 하고 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 대처 영국 수상,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 연예인 이특씨 가족 등 하루 건너 치매 관련 슬픈 소식들을 접하게 된다.

    치매라고 해서 항상 정신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표정이 없고 말이 없는 치매 환자들, 문득 요양시설에서 만난 한 노인의 말이 떠오른다. “고려장이 별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모여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그런 게지….”

    어려운 시절 자식 키우고, 가족 부양하느라 청춘 다 보내고 이제는 편한 세상 지내려나 했는데 영혼을 갉아먹는 병을 얻어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정신이 들 때 자식, 손자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갑갑한 그들의 심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도 치매환자는 58만여명, 2025년에는 1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치매, 환자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가족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가정파괴 질환이라고 하겠는가.

    더 이상 환자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하고 환자를 위한 정책도 단순한 간병보다는 적극적인 조기 검진과 치료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모든 병이 그러하듯 치매 또한 예방이 유일한 길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걷는 데 있다고 하니 가정의 달 5월 자연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박재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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