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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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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펄 파헤치는 꿈 꾼다"…다음날 시신 찾아

  • 기사입력 : 2014-05-17 2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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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참사 /> 효도했던 내 아들…
    세월호 침몰 사고 28일째인 1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 한 실종자 가족이 아들에게 가져다 놓은 운동화, 트레이닝복, 편지 등이 놓여 있다.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아이가 자꾸 꿈에 나온다고 하소연 하던 실종자 어머니의 소중한 아들(추정)이 차가운 시신으로나마 다시 어머니 품에 안겼다.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달라는 실종자 가족의 바람이 너무 뒤늦었지만 이루어진 사연에 주변인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17일 오전 4시께 침몰한 세월호 4층 선수 좌현 부분에서 단원고 남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이 학생은 게임기를 지니고 있었는데, 부모 등 가족들은 DNA 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아들의 게임기가 맞다"며 뒤늦게 부모 곁으로 돌아온 아들 옆을 지키고 있다.

       단원고 2학년 생 A군의 어머니는 전날 팽목항 가족대책회의소 열린 브리핑에서 해경 관계자에게 "아이가 자꾸 꿈에 나온다. 밖으로 나오려고 맨손으로 펄을 판다"며 "오늘도 바지선으로 아들 마중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어머니의 걱정과 염원이 바닷속에서 전해졌는지 아들로 추정되는 시신이 어머니가 수색해달라고 요구한 4층 선수 좌현에서 발견됐다.

       또 전날에는 A군의 부모가 팽목항 등대에 가지런히 놓아둔 신발을 슬픔을 주체하지 못한 한 자원봉사 여성이 바다에 던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서 긴 여행에서 돌아와서 신발도 옷도 입어봐야지 아들"이라고 쓴 편지와 함께 어머니가 "엄마소원이야 아들 얼굴 한번 만져나보자, 어서 돌아와 줘"라고 매일 기도하면서 운동복 한 벌과 나란히 놓아둔 신발이었다.

       이런 신발을 이 자원봉사자가 A군이 돌아오길 바라며 바다에 던진 것. 가족의 상심을 우려한 소방대원이 고무보트를 타고 가 건져 올려 제자리에 놓았다.

       '어머니의 하소연', '신발 구조' 등 일련의 작은 사건 뒤에 A군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면서 팽목항에서는 "간절한 소망이 전해졌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종자의 이름을 부르면 돌아온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최근에는 잠수수색이 진행되는 바지선에 올라 아직 돌아오지 않는 실종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가족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 15일에 발견된 3구의 시신 중에는 당일 현장에서 바지선에서 실종된 가족이이름을 소리높여 부른 실종자 2명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이고, 근거 없는 믿음일 지라도 가족들은 매일 그리운 이들의 이름을 희망을 담아 부르고 있다.

       이날 새벽에도 한 단원고 선생님의 형제가 팽목항 등대에서 돌아오지 않는 동생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이 실종자 가족은 매일 오전 5시께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숙소 주변을 청소하는 등 스스로 자원봉사를 하며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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