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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치의 중국이름 신치(辛奇) 소회- 김정수(전 국제화재단 베이징사무소 부소장)

  • 기사입력 : 2014-05-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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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 김치가 그동안 마땅한 중국식 이름이 없어서 그냥 ‘한궈 파오차이(韓國 泡菜)’로 불려 왔다. ‘파오차이(泡菜)’는 양념하지 않은 중국식 절임배추로 우리의 김치와는 제조 방법이나 맛이 전혀 다른데도 배추가 주 재료라는 한 가지 이유로 그동안 ‘한국식 파오차이’로 통용돼 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정부에서 김치의 중국식 이름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바로 신치(辛奇)다. 미국 포브스 잡지가 세계 10대 트렌드 음식으로 선정했고, 영국신문 가디언은 지구 최고의 건강식품으로까지 평가한 김치가 늦게나마 중국식 브랜드-네이밍을 통해 글로벌 식품으로 마케팅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김치의 ‘김’자와 같은 음을 가진 한자가 없어 궁여지책 끝에 ‘김’대신 매울 ‘신(辛)’자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 많고 많은 한자 중에 ‘Kim’이나 ‘Gim’으로 표기되거나 읽혀지는 글자가 없다는 것은 참 희한하고 아이러니하다. ‘金’이라는 글자는 중국어로 ‘Kim’이나 ‘Gim’으로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Jin’(진)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고민 끝에 가차(假借)한 이름이 신치(辛奇)라고 한다.

    이 이름을 작명한 정부부처에 따르면, ‘신(辛)’은 약한 매운 맛으로서, 중국의 문어체에서 많이 쓰이는 점잖은 표현의 글자이며, 한국김치 특유의 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기 (奇)’는 독특하다는 뜻으로 두 글자를 결합한 신기(辛奇)는 신기 (新奇)하다와 발음이 똑같아 ‘외국에서 온 맵고 맛있는 신비로운 음식’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일견 다소 생뚱맞긴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신치’라는 이름을 짓기 위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김치와 중국어 발음이 부합하는 4000여 개 명칭을 조합한 뒤 중국 언어학자와 마케팅전문가 등 현지 전문가와 수차례 검증작업을 거쳤으며, 사전 설문조사도 했다고 한다.

    이런 산고를 거쳐 만든 김치의 중국식 이름 신치(辛奇)에 대해 국내외 이견이 분분하다.

    한국 전문가들은 ‘辛’이라는 글자는 현대 중국어에서 ‘맵다’라는 뜻보다는 ‘고생스럽다’는 뜻으로 더 널리 쓰이며, 신치라는 이름에서 한국적 특징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고 애초에 의도했던 ‘고급스러움’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아예 영문표기인 ‘Kimchi’를 그대로 사용하자거나, 진치(金琦)라는 표기가 오히려 더 김치에 가까운 음과 뜻을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현지 네티즌들은 “김치는 중국 동북지역에서 유래된 엄연한 중국의 전통음식”이라면서 “한국이 어떤 이름을 짓든 우리는 파오차이로 부를 것”이라며 비판적 여론이 만만치 않다.

    어쨌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중국, 타이완, 홍콩 등 3개국 정부에 ‘신치’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아마 올 연말쯤이면 ‘신치’라는 이름으로 중화권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김치가 등재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유네스코는 상업화를 우려해 음식 자체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김장문화의 인류사적 가치와 함께 그 결정체인 김치도 세계적 식품으로 부각된 만큼, 이번 기회에 한·중·일이 벌여온 ‘김치 삼국지’에서 우리가 종주국으로서 절대 우위를 점하기 바란다.

    김정수 전 국제화재단 베이징사무소 부소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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