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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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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홍준표 지사 발언, 왜 문제인가- 이병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4-05-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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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인 홍준표 지사가 지난 4월 1일 경남신문을 ‘찌라시 신문’이라고 폄하한 데 이어, ‘박완수 신문’이라고 비하한 5월 16일은 본지를 포함한 경남지역 언론사와 언론계 종사자, 나아가 대한민국 언론인에게 ‘국치일’과 같은 날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한 말”, “감정적 대응”, “악의적인 보도”라는 20일자 경남도민일보의 홍 지사 측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두 차례의 발언에서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는 등 모순적인 태도와 지역언론을 무시하는 듯한 언론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첫째, 홍 지사가 본지를 ‘박완수 신문’이라고 비하한 것은 ‘찌라시 신문’ 발언에 대한 사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행위이다.

    그는 지난달 2일 본지 기자협회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경남신문의 최근 보도에 불만이 있어 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찌라시 신문’이라는 표현은 특정후보에 치우쳐 보도하는 일부 군소신문들에 대해 한 말이지 경남신문에 대해 한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언의 진의에 상관없이 경남신문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홍 지사가 40여일 만에 또 막말을 한 것은 과거의 사과에 진실성이 없었거나 새누리당 도지사후보 경선이 진행되고 있던 민감한 시기를 비켜가고자 하는 술수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

    둘째, 지역신문에 대한 비뚤어진 언론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1일 그의 발언을 분석하면 ‘특정후보에 치우쳐 보도하는 일부 군소신문’은 찌라시 신문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홍 지사는 특정후보에 치우쳐 보도하는 것과 군소신문에 대해서는 기준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경남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의 발행부수는 서울에 본사를 둔 신문에 크게 뒤지고, 그의 논리대로 하면 경남지역 신문은 서울지역에 비해 군소신문이다.

    따라서 ‘홍준표식’으로 군소신문이 되는 경남지역 언론이 기준은 알 수 없지만 특정후보에 치우쳐 보도하면 하루아침에 찌라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그런 신문을 만드는 종사자뿐만 아니라 독자도 찌라시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셋째, 본지를 ‘박완수 신문’이라고 한 근거를 충분하고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홍 지사가 했던 각종 정책적 성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까지 자칫 초래될 수 있다. 이는 본지뿐만 아니라 본지 보도와 맥락을 같이한 서울·부산지역 언론에도 적용된다. 그가 본지에 씌운 논리를 모든 언론에 적용했을 때, 특정 후보나 현안에 대해 조금의 편향성이 나타나면 어떤 신문이든 ‘제2의 박완수 신문’이 될 수 있다. 언론사와 기자, 독자들이 홍 지사의 후속 대응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프레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모래시계’ 검사에 이어 국회의원, 도지사를 하면서 ‘러시아에서 정의와 순수(Justice and Purity)를 상징하는 붉은 색이 좋고 약자인 JP는 자신의 이니셜과 같아 정계 입문 이후 붉은색 옷을 즐겨 입고 넥타이도 붉은 것을 맨다’는 그의 소신이 위선이 아니길 바라면서 ‘당당한’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

    이병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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