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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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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사람의 언어와 컴퓨터 언어- 김태희(영산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7-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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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를 처음 만든 사람은 폰 노이만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와 같이 프로그램을 저장하고 불러서 연산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기억장치와 연산장치를 분리하는 모델은 폰 노이만이 처음 제시한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보니, 사람과 컴퓨터는 생각하는 방식이 서로 많이 다른 것 같은데, 폰 노이만의 이러한 제안은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을 모방한 것이라 한다. 폰 노이만이 왕성하게 활발하던 20세기 중반의 시대는 과연 사람이 하는 일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가지고 많은 석학이 매진하던 시대였다. 이때 폰 노이만은 심리학에서 알아냈던 생각의 모델, 즉 사람이 생각을 할 때는 메모리에 들어 있는 정보를 활용하고, 중간 결과를 다시 메모리에 보관하는 등의 기억 기능을 토대로 한 연산 모델에 착안하여 최초의 컴퓨터 구조를 제시한 것이라 한다.

    초창기의 컴퓨터는 기계어라고 하는 일종의 부호를 사용해 컴퓨터가 알아듣도록 일을 시켰는데, 너무 어려우니 사람이 쓰는 언어와 닮은 언어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나온 것이 지금 우리가 널리 쓰고 있는 C언어나 Java와 같은 컴퓨터 언어이다. 그래서 조금은 더 쉽게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는 됐는데, 그럼에도 정작 중요한 것은 과연 컴퓨터에게 어떤 일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정보를 주고받거나 일을 시키거나 할 때에 언어를 사용한다. 내가 말하는 것의 뜻을 상대방이 이해한다는 믿음을 가지기 위해 과연 눈에 보이지 않고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서로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 믿음은 대화를 매우 효과적으로 하게 한다. 컴퓨터와 효과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또는 컴퓨터에게 일을 제대로 시키기 위해, 우리가 컴퓨터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컴퓨터를 다루는 일의 일선에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인에게 요구되는 소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영어와 같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다. 외국어 문법만을 잘 알아서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언어를 잘 안다고 해서 컴퓨터에게 일을 잘 시킬 수 없다.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는 것, 즉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인간 세상의 일을 컴퓨터로 옮기는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컴퓨터와 말하기 이전에 인간 세상의 일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컴퓨터에 관한 기술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수학, 물리, 경영, 사회학, 나아가서 철학에까지 정성적인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컴퓨터에게 제대로 일을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통하여 창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이제 컴퓨터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야 한다. 제1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는 영어와 같이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아야 할 하나의 외국어인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 접하여 자신이 하는 공부와 더불어 이제 우리 곁을 떠날 수 없어 보이는 이들 컴퓨터를 이용해 보다 나은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컴퓨터는 만능의 기계라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컴퓨터의 역량은 인간 역량의 거울이다. 우리가 알아야 컴퓨터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컴퓨터 전문가가 모든 학문 영역을 두루 섭렵해야 할 이유이며, 모두가 컴퓨터를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태희 영산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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