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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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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품격 높은 창원시민- 이한영(마산문인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4-07-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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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를 여행하고 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러시아에서는 학창시절에 150편의 시를 의무적으로 암송한다고 한다. 시를 생활화해서 누구나 시 몇 편쯤은 자연스럽게 술술 외우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세계적인 대문호가 몇 명이나 탄생한 러시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우리도 학창시절에 시를 많이 배우지만, 시를 낭송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지난봄, 꽃구경을 떠난 관광버스에서 출발하면서부터 돌아올 때까지 계속 차 안에서 뛰고 굴리며 노래만 불렀다는 기사를 읽고 놀란 적이 있다. 노래를 부르며 노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고, 때와 장소를 가려서 품위 있게 놀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경제적으로만 풍요로워져서 세계 10위권 수준에 올랐다고 1등 국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 국민이 다 가수가 된 듯 노래는 수십 곡도 더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수두룩하지만, 시를 한 편이라도 온전히 암송할 수 있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일찍이 백범 선생께서는 해방 후 새 나라를 건설하며 우리나라의 모습을,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된다거나 군사적으로 강성한 나라가 되는 것보다도 문화와 예술이 발달한 문화대국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씀하셨다. 문화와 예술의 바탕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마치 어쩌다 한몫 잡은 천박한 졸부와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심금을 울리는 시 한편이나 감동적인 소설 한 편이 도로나 다리, 공장 몇 개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인도와 셰익스피어를 바꾸지 않겠다는 말 속에서 영국의 자부심과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통합 4주년을 맞는 창원이 문화와 예술이 발달한 문화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창원시민들은 애창곡뿐 아니라 애송시도 한두 편은 있어서 일상생활에 시와 노래가 함께 흐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민들의 정서가 더욱 순화되어 낭만과 멋을 즐길 줄 아는 품격 높은 창원시민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이한영 마산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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