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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46) 습지, 쓸모없는 땅? 생태계 보물창고

쓸모없는 땅이라고요? 생태계 보물창고랍니다!

  • 기사입력 : 2014-07-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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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륙습지인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경남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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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습지’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둡고, 축축하며, 괴물이 살 것만 같은 음침한 곳인가? 혹은 노랑부리저어새가 날아오고 버들치가 헤엄치고 삵이 용맹스럽게 사냥을 하는 다양한 생물의 터전인가? 습지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습지, 얼마나 알고 있는가

    1971년 체결된 람사르 협약에 따르면 습지는 ‘자연 또는 인공이든, 영구적 또는 일시적이든, 정수 또는 유수이든, 담수(淡水), 기수(汽水) 혹은 염수(鹽水)이든 간조시 수심 6m를 넘지 않는 곳을 포함하는 늪, 수원, 이탄지, 물이 있는 지역’으로 폭넓게 정의한다.

    국내법에서는 ‘담수, 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서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라고 정하고 있다. 특히 ‘물이 일시적으로 표면을 덮고 있는’이라는 대목에 주목해보자. 즉 습지는 갯벌과 같다는 말이다. 시기와 조건에 따라 땅 위로 물이 들어차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기 때문. 따라서 식생과 동물이 생활근거를 이루기 충분한 ‘육지환경과 물환경의 전이지대’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일정한 여건이 갖춰지면 새로 생성되기도 하고, 자연적·인공적 변화에 따라 사라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기존 습지뿐 아니라 새로 생성된 습지에 대한 조기 발굴과 관찰을 통해 훼손을 방지하는 활동도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습지를 알아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습지는 국토의 개발과 확장을 위해 매립해야 하는 ‘쓸모없는 땅’에 불과했다. 90년대 후반 이후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높아지면서 습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우리나라는 람사르 협약에 가입하면서 국가 차원의 습지관리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1999년에 환경정책기본법 등 포괄적 법 외에 ‘습지보전법’을 별도로 제정했으며,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전국 내륙습지를, 국토해양부 전국 연안습지를, 시도지사는 관할지역 모든 습지에 대해 5년마다 기초조사, 보전기초계획, 보전기본계획, 실천계획을 시행해야 한다. 또 동시에 습지에서 일어나는 파괴 행위에 대해 중지명령이나 원상회복, 출입제한 등을 강제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경남의 습지

    경남은 낙동강 중·하류권에 속하면서 중앙부 내륙지역은 해발고도가 낮은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강과 하천의 유속이 느려 내륙습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동서부 산악지대는 능선 또는 계곡 상류부에 산지습지가 발달했고, 남동해안은 굴곡이 심하고 만 (灣)이 발달해 중·소규모의 갯벌이 분포한다. 내륙습지로는 우포늪, 주남저수지, 화포천, 장척지, 번개늪, 정양지, 박실지, 연당지, 대평늪, 질날늪 등이, 산지습지로는 재약산 사자평습지, 화엄늪, 신불산습지, 단조늪, 밀밭늪, 왕등재늪 등이, 연안습지로는 고성군과 사천시 갯벌 등이 있다.

    함안군이 23개소로 가장 많고, 밀양시 18개소, 진주시 15개소, 창녕군 14개소가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경남도는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를 환경부와 공동 주관했으며, 별도의 습지보전 및 관리조례를 2009년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처음으로 제정하기도 했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창녕 우포늪, 밀양 재약산 사자평습지, 양산 신불산습지, 양산 화엄늪, 마산만 봉암갯벌 등 5개소이며 이 중 우포늪은 경남 유일의 람사르 등록 습지다.

    ◆생물다양성을 위한 보물창고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습지가 이렇게 귀한 존재로 탈바꿈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습지는 다양한 식생과 동물이 머물기에 적합한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도내 습지에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과 산림청 지정 희귀동식물,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 상당수 서식 또는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인 생물들을 살펴보면 큰고니, 고니, 재두루미,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황초롱이, 삵, 수달, 꼬마잠자리, 왕은점표범나비, 표범장지뱀, 맹꽁이, 버들치, 긴꼬리투구새우, 꽃창포, 노랑무늬 붓꽃, 뻐꾹나리 등이 있다.

    ◆반가운 손님, 봉순이

    지난 3월 김해 화포습지에 황새 한 마리가 찾아왔다. ‘J0051’이라는 고유번호를 지닌 이 암컷 황새는 2012년 4월 일본 효고현 토요오카시 황새 복원 지역에서 태어나 이듬해 12월 일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에서 다른 황새 4개체와 함께 관찰된 이후 올해 3월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나와 화포천에 정착했다.

    특히 이 개체는 인공증식으로 복원된 황새가 자연 방사돼 스스로 화포습지를 찾아온 첫 생명체라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과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 근처를 찾아왔다 하여 일명 ‘봉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봉순이는 밤이면 전봇대에 올라가 잠을 청하고, 낮에는 습지에 들어가 먹이활동을 한다. 또 번식기가 다가오자 둥지를 틀기 위해 나뭇가지 등을 물어다 나르며 알을 낳을 준비 중이다.

    이찬우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은 “지금껏 황새는 고성군 마동호 습지, 우포늪, 주남저수지 등 경남지역을 꾸준히 찾아왔으나 서식환경이 불안정해 곧바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때문에 봉순이가 화포천에 정착한 것은 습지보전이 생물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고 설명했다.



    ▲과부황새를 기억하시나요?

    황새는 전 세계 야생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3000마리에 미치지 못하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서식 지역도 매우 제한적으로, 중국 북동부와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일본·중국 동부지역에서 월동한다.

    과거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정착해 살았다. 1971년 충북 음성군에서 자연상태에서 황새부부가 발견됐지만 밀렵꾼에 의해 수컷이 죽고, 암컷만 남아 ‘과부황새’로 불리며 1994년까지 살다 자연사했다.

    문화재청은 1996년 충청북도 청원군과 함께 한국교원대학교에 ‘황새복원연구센터’를 설립, 인공증식을 추진해 2002년에는 인공 번식, 2003·2004년에는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 내년 충남 예산 지역에 야생 방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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