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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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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도시 박물관’ 런던 방문기- 신삼호(경남건축가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4-07-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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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도시를 방문한다는 것은 꽤나 신나는 일입니다. 건축답사는 공간의 조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지어진 시기의 사회상을 같이 학습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건축사로서 도시공간을 탐험하는 것은 사례조사의 의미와 더불어 그 공간에서 이뤄졌던 상황을 연상하며 당시 사람들의 삶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난주 집안 일과 휴가를 겸해 런던에 오게 되었습니다. 며칠간 여행을 통해 파악한 런던 도시 변천의 역사는 템스강변 일대에서 이뤄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찍이 로마군은 템스강 연안을 따라 접근해 건설한 ‘론디니움(Londinium)’이 런던의 기원이며, 그때 조성된 성벽의 일부가 아직까지 잘 보존되고 있었습니다. 템스강 어귀에 자리한 ‘런던 타워’는 11세기 때 ‘정복왕 윌리엄’이 건설한 노르만 요새로 훗날 왕위 쟁탈전에서 탈락한 왕족들이 죽어나간 ‘피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습니다. 1666년 발생한 런던 ‘대화재 기념탑’과 바로크 양식의 ‘세인트 폴 성당’,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철골구조 기술을 활용한 ‘타워 브리지’는 런던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어 있었습니다.

    식민제국주의의 전리품 창고인 ‘대영 박물관’과 넬슨 제독의 승전을 기념하는 ‘트라팔가 광장’에서 런더너들은 잘나갔던 왕년을 회상하는 듯 보였습니다. 얼마 전 템스강 남측에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건립된 ‘런던 아이(London Eye)’도 런던의 새로운 상징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템스강 주변 도시공간에는 2000여 년간 발생한 정치, 역사 및 사회변화상들이 건축물을 통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습니다. 최근 영국의 3대 산업으로 금융업과 관광산업, 교육산업을 꼽고 있습니다.

    휴가철이면 런더너들은 모두 휴가 가고 관광객들과 유학생들만 북적인다고 합니다. 한 도시가 이렇게 ‘도시 박물관’처럼 되기까지는 행정 및 건축사의 역할과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시민들의 역사의식이 바탕이 되었을 것입니다.

    “런던! 어쩌다 관광객을 상대로….”

    신삼호 경남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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