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가야고분군,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⑤ 등재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

구심점 없는 추진… 경남-경북 공동등재 힘 모아야

  • 기사입력 : 2014-07-28 11:00:00
  •   
  •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지난 2013년 12월 김해·함안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등재목록에 오른 후 7개월이 흘렀다. 김해시와 함안군이 각각 진행하고 있는 발굴조사 이외에는 사실상 세계유산으로 가는 발걸음이 본격적인 시작 단계를 통과하자마자 멈춰섰다. 잠정등재목록에 올랐다는 소식을 지역주민들에게 채 알리지 못하고 선거와 잇따른 인사이동을 맞이했다. 도가 단독으로 등재추진을 시작할 수도 없었다. 같은 고대국가, 같은 유형 유적을 갖고 있는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과 연계해 등재하는 것이 옳다는 데 대부분 학계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4차회의에서도 잠정목록에는 따로 등재하되, 본 등재 때는 함께 등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렇다면 이제 협력은 필수고, 따로 추진했던 과정을 하나로 합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일이 남았다. 또한 가야고분군은 어떤 방향으로 등재를 추진해야 할까.


    ◆경남·경북의 ‘따로 등재’

    세계문화유산등재 추진을 도단위로 시작하다 보니 학계의 의견과는 달리, 경남과 경북이 가야고분군을 자신들의 고분군을 따로 등재신청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남과 경북은 용역을 발주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등재를 추진·보고하고, 보존·관리 계획을 짜는 것까지 모두 따로 했다. 처음부터 같이 추진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경제적·시간적 낭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작게는 출간 자료집의 구성에서부터 크게는 보존·관리 기준까지 다르다. 업무협약을 맺고 각 항목의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등재를 위해 준비한 자료를 재조합해야 한다.

    따라서 두 지자체가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오는 8월 업무협약을 맺은 뒤, 조직적인 추진위원회 혹은 사업단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까지 적용해 온 기준을 통합시키는 일을 제외하고도 앞으로도 경남, 경북, 김해시, 함안군, 고령군의 이해관계가 다를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율할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전문가와 민간단체와 주민들까지 안고 제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야고분군은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으므로 세계유산이 된 이후 다른 지역의 가야고분군도 추가로 등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역 간 협의를 이루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 좋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소장은 “세계문화유산이 경제적 이득과 업적을 좇는다면 지역 간 갈등만 부추기고 등재의 순수한 목적을 잃고 만다”며 “세계문화유산은 경남·경북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와 지구인이 보존해야 할 가치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지산동 고분군이 도출해 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세계문화유산이 될 만한 초국가적 가치)와 김해·가야 고분군이 찾아 낸 가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학자들과 함께 김해·함안고분군과 지산동 고분군을 아우르는 가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지산동 고분군과 김해·함안 고분군은 둘 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기준 3번과 4번을 충족시킨다고 등재신청서를 냈지만, 출토유물·발굴유적이 나타내는 것이 달라 등재기준에 부합하는 내용, 가치에 차이가 있다. 둘 다 당시 내세관을 드러내고, 당시 가야의 성장과 발전을 보여준다는 점은 같지만 김해·함안 고분군은 동아시아 교류를 증명한다는 점을 강조한다.(표 참조)



    ◆경남도의 의지

    추진 주체인 도의 의지에 따라 가야고분군의 향방이 달려 있다. 그러나 지금 경남도는 문화재 관련 업무 비중을 적게 두고 있다. 도는 현재 지정문화재를 준용해 관리하는 문화재 자료를 포함해 모두 1366개의 경상남도지정문화재를 갖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문화재를 자랑하지만 문화재‘과’가 따로 없다. 문화예술과뿐이다. 문화예술과 가운데서도 한 명이 세계유산업무를 모두 담당한다. 담당자는 김해·가야고분군 업무뿐만 아니라 ‘한국의 서원’과 ‘한국의 산사’의 세계문화유산업무도 보고 있다. 이마저도 문화재로 발생하는 재산권 문제로 민원이 빗발치는 ‘현상 변경업무’가 세계유산 업무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경북은 사정이 낫다. 지난 2010년 석굴암·불국사, 경주역사유적지구에 이어 하회와 양동 한국의 역사마을이 도내 3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랐다. 이때 경북도는 문화재‘과’ 내에 세계유산계를 따로 신설해 현재 4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북이 세계유산이 더 많지만 경남도 현재 해인사 장경판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 경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행정지원은 빈약한 셈이다.



    ◆주민 곁 가야고분군으로

    문화재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데는 주민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고 해서 알려진 것처럼 국내법을 초월하는 재산권에 심한 법적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산의 경관을 가꾸거나 관련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시에서 개인의 땅을 매입하거나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가야고분군과 같이 범위가 넓은 유산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데 물리적, 재정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등재 이후에 더 중요한 유산의 보존에도 주민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실사단도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주민들의 의지와 모니터링 계획을 점검한다. 그러나 김해·함안 가야고분군의 경우, 잠정등재목록에 오르기까지는 일방적인 행정적 추진만 이뤄져 등재를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주민에 대한 홍보가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대학교 사학과 조영제 교수는 “유산 등재의 취지는 바람직하나, 좋은 점과 더불어 예측할 수 있는 문제점을 주민들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서 무작정 희생만 강요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며 “본격 등재를 시작할 지금, 주민들에 유산 보전의 필요성과 등재 전후로 주민들에 요구되는 노력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동의를 구해야만 지속적이고 진심 담긴 도움을 받으며 유산을 지켜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준비과정에도 의미를

    그동안 소외됐던 가야사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유례 없는 조명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이러한 분위기로 국비를 지원받아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준비과정에서 등재추진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목표를 등재 자체에만 둘 것이 아니라 준비과정을 밟아나가며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잘 흡수해야 한다. 인제대학교 역사고고학과 이영식 교수는 “가야사는 연구·발굴 순서에서도 늘 밀리다가 최근에야 지원을 받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진정한 가야사를 복원하고,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소재들을 발굴해 처음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유물의 발견에 ‘최초’, ‘최대’를 강조하는 것이나, 고고학적 의미로만 접근하는 건 재미가 없다”고 조언했다.

    교육적 측면에서도 등재추진을 알릴 때, 문화재 소개에 치중하기보다는 역사의 가치와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해 설명해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주민의 인식 자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도 하나의 역사인 만큼 기록해 남기면 또 다른 기록자산이 된다.

    창원대학교 사학과 남재우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시작부터 등재까지 최소 5~6년이 걸리고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다”며 “준비과정과 발굴과정, 참여자 등 모든 기록을 체계적으로 남겨 놓아 다른 유산에 본보기가 될 좋은 예를 남겼으면 좋겠다. 유물 자체도 스토리지만, 준비 과정도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