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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47) 창원시 으뜸마을 만들기

텅빈 공터는이야기옷 입혀 동산 만들고
낙후 거리는향기나는 꽃거리로 가꾸고
휑한 도로엔형형색색 바람개비 세웠죠

  • 기사입력 : 2014-07-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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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덕주동산의 사업 시행 전 모습./경화동주민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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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조성된 진해구 경화동 덕주동산./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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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의창동 으뜸마을 가꾸기 조성 전 거리./의창동주민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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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대 미술학과 학생들이 ‘향기나는 꽃거리’ 벽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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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동촌냇가 인근의 으뜸마을 가꾸기사업 전 모습./진동면주민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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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동면 동촌냇가 인근에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바람개비가 설치돼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되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중략)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은 <향수>에서 자신의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오늘날 도시의 풍경은 시인의 고백과는 사뭇 다르다. 무더위에 이글대는 아스팔트와 직사각형의 아파트 단지, 특징없는 주택가.

    누군가에게는 고향이고 다음 세대에도 고향이 될 오늘날 풍경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가운데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주민 스스로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설화를 찾아 마을에 이야기의 옷을 입히고 바닷바람에 바람개비를 돌린다. 비록 미약한 바람이지만 창원시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변화된 진해 덕주동산● ‘아담하다’.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덕주동산을 방문해 처음 든 생각이다. 그러나 이곳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공터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400㎡ 남짓한 이 동산에 잔디와 나무를 심고 인근 50m 담벽에 이인(異人) 김덕주의 설화 벽화를 그렸다.

    김덕주는 120여년 전 구전설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덕주동산에서 바로 보이는 장복산 최고봉인 덕주봉에 바위로 돌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덕주동산은 덕주봉을 본따 만들었다. 이 동산에 설치된 설화 안내문에는 ‘무거워서 들지 못하는 돌 절구통을 한 손으로 들어 옮겨줬다’, ‘덕주 바위에서 서남쪽 50m 지점에 있는 덕주샘터를 식수로 이용했다’ 등의 내용이 등장한다.

    주민들은 지난 3년간 꾸준히 동산을 가꿨다. 지난 2011년 기초공사, 2012년 토우상 및 포토존 설치, 지난해 아치형 호박넝쿨길 조성, 벽화, 원두막 지붕 보강 등 해마다 1000만~2000만원의 예산을 창원시에서 지원받았다. 잔디 다듬기와 가지치기 등 관리는 이 마을 자생단체와 경화동 으뜸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가 함께하고 있다. 매년 10월이면 경화동 주민 300여명이 참가하는 덕주봉 등반대회를 개최하고 같은 날 지역 국악인 등을 불러 음악회를 열어 함께 저녁도 먹는다. 또 올해에만 4~7세 미취학 아동 300여명이 소풍·견학장소로 이곳을 찾았다. 공터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이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으로 변한 것이다.

    ●창원시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은 주민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사업이다. 행정은 사업비를 지원하고 홍보하며 성과를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주민과 행정이 서로 돕는 민관협력체 사업의 좋은 본보기다. 창원시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녹색창원 21 실천협의회가 사업 지원, 공모사업 선정 및 컨설팅, 주민교육, 사업평가 등을 맡고 있다.

    창원시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은 크게 시범사업과 실천사업으로 구분된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1년 ‘창원시 으뜸마을 만들기 조례’가 제정된 이후다. 2011년 62개 읍·면·동에서 실천마을 62개, 시범마을 6개가 선정돼 2억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으뜸마을은 해마다 늘어 2012년 실천마을 123개, 시범마을 9개가 선정(예산지원 2억4300만원)됐고 지난해에는 실천마을 124개, 시범마을 1개가 지정됐다. 올해에는 실천사업 62개, 시범사업 6개가 선정돼 2억10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예산 지원액은 실천마을 200만원, 시범마을 2000만원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추진 주체는 창원시내 62개 읍·면·동 으뜸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마을회의나 주민, 시민·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다. 시범사업의 경우, 지난해에는 4~9월 3차례 공모시기를 변경했을 정도로 아이템 선정은 까다로운 편이다.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고유의 아이템을 발굴하고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한다.

    ●우수 사례● 으뜸마을 만들기는 단순히 주거지의 외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간 사업유형으로는 △생태 텃밭 조성, 재활용·리폼 나눔장터 △녹색공동체 마을 조성(옛 우물 및 빨래터 복원) △꽃 거리 조성, 공터 환경정비, 공원 조성 △전설·유래와 문화·예술 등 역사성을 반영한 벽화 그리기 △에너지 절약△쓰레기 없는 마을, 빗물 이용 등 공동체 사업이 있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내곡 도깨비숲 가꾸기’는 2011년 환경수도 창원 으뜸마을 만들기 운동에 참가한 62개 마을 중 대상(시장상)을 수상했다. 주민들은 보조금 2500만원을 지원받고, 여기에 자부담 788만원을 더해 총 3288만원이 투입됐다. 흙을 빚어 인형을 만드는 ‘토우’ 무료강습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렸다. 이 마을에 있던 토우 작가도 큰 도움이 됐다. 주민들은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10개월간 20여 차례의 회의를 거쳤고 우수 지역 견학 등도 몸소 체험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마을 벽화 및 조형물 설치’ 사업도 눈에 띈다.

    이 마을은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1단계 사업으로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동촌냇가 인근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 주민 400여명이 약 20차례 참여한 대대적인 사업으로, 시는 35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올해에도 1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며, 주민들은 동촌냇가 인근에 바람개비와 아치형 꽃길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전점석 창원시 녹색창원21 실천협의회 회장은 “마을마다 특징들을 살려서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실현할 수 있다”며 “읍·면·동별로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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