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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48) 봉암갯벌

마산만의 희망… ‘죽음의 바다’서 ‘생태계 보고’로

  • 기사입력 : 2014-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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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암갯벌생태학습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잡은 기수우렁이를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이슬기 기자/




    “큰 공장이 줄줄이 서 있는 마산앞바다에서 물장구를 치겠다고?” 누가 들으면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화낼 일이다.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점차 깨끗함을 되찾아 가고 있는 곳이 있다. 창원의 남천과 창원천 그리고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봉암갯벌이다. 1960년대 이전 피서지로도 인기가 많았던 마산만은 갯벌 매립이 진행되면서 아파트와 공단이 들어섰다. 이후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특히 봉암갯벌 앞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폐수방류사건이 발생하면서 심각한 오염에 시달렸다. 이후에는 봉암갯벌 공유수면을 모두 매립해버리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여기에 대응해 갯벌을 지키고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지금까지 이어져 마산만에 희망을 전하고 있다. 왜 마산만 봉암갯벌을 지켜내려 했을까?

    ◆갯벌은 거대한 자연정화조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바닷가나 강가에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으면서 밀려온 미세한 흙들이 평평하게 쌓인 곳, 즉 연안습지를 일컫는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조차가 크며, 큰 강들이 하구에 위치해 갯벌이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리며 갯벌과 바다, 육지 생물의 서식지로 사람들에게 해산물을 제공한다. 또한 자정능력을 가져 사람들이 만들어낸 오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갯벌에 사는 미생물을 비롯해 조개와 지렁이 등 저서생물과, 염생식물들의 자정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많은 돈과 부지를 들여 만들지 않아도 되는 ‘자연정화조’다.

    뿐만 아니라 갯벌은 물가에서 육지로 생물을 전이시켜 생태계를 넓힌다. 육지와 바다 사이, 육지와 강 사이에서 생물들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갯벌의 중요한 역할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마산만 봉암갯벌을 포함해 웅진 장봉도갯벌, 송도갯벌, 서천갯벌, 부안 줄포만갯벌, 고창갯벌, 무안갯벌, 증도갯벌, 보성벌교갯벌, 순천만갯벌, 진도갯벌 등 갯벌 11곳을 연안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해 관리해오고 있다.

    ◆붉은발말똥게가 보인다

    1999년 봉암갯벌을 메워 레미콘 공장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일자 환경단체와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봉암갯벌을 지키는 일에 나섰다. 같은 해 봉암갯벌생태학습장 조성 민관합동간담회를 시작으로 2001년 봉암갯벌생태학습장을 열어 봉암갯벌에 대해 알리고, 지속적인 연안정화활동을 했다. 일대 조사도 실시했다. 갯벌은 이 노력에 응답했다. 2009년 법정보호종(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 2급)인 붉은발말똥게가 발견됐으며,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2급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물수리, 말똥가리, 흰목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도 봉암갯벌로 돌아왔다. 그 결과 봉암갯벌은 2011년 12월 16일 마산만 봉암갯벌 0.1㎢(92,396㎡)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이보경 부장은 “봉암갯벌은 도심 한가운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역항 내에 있는 죽은 갯벌을 다시 되돌려 습지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환경단체와 시, 마산지방해양항만청 등 민·관이 똘똘 뭉쳐 이뤄내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이 맡은 생태학습장도 용역 운영이 아닌 위탁 운영으로 지속성을 갖게 하면서 13년이 흐른 지금, 대표적인 생태학습장으로 거듭났다.

    ◆갯벌을 지키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국비 지원을 받아 지난 2009년부터 봉암갯벌 시민모니터링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시민모니터링은 지역의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지속성을 갖게 한다. 시민의 눈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를 축적해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모니터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갯벌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13년 시민모니터링 결과 여전히 봉암갯벌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낚시객들이 마구잡이로 버린 쓰레기와 무단으로 설치한 텐트와 평상 등이다. 그물, 통발을 이용한 불법어로와 수상레저활동도 봉암갯벌을 위협하고 있었다.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민관산학협의회 전홍표 박사는 “생태계 지표로 볼 수 있는 생물들이 살고 있어 갯벌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직 이화학적 데이터로 나오는 수질은 중간 이하 수준이어서 비점오염원 관리가 더욱 절실하다”며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생활쓰레기는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없지만,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만드는 쓰레기 등은 좀 더 철저하게 감시해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봉암갯벌에 다양한 친구들이 살아요”


    “으악, 귀여워서 잡으려고 했는데 게가 물려고 해요!” 지난 1일 창원시 봉암갯벌생태학습장에 견학온 아이들이 투명한 채집통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방게를 쥐려고 분주히 손을 놀렸다. 만조 때라 갯벌에 들어갈 수 없을 뿐더러 갯벌 생태계가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몇 마리만 잡아 보여주는 것이다.

    봉암갯벌생태학습장을 맡고 있는 이보경 부장이 설명을 곁들인다. “아까 물가에서 구멍이랑 흙담 봤지요? 구멍 아래가 방게 집이고, 흙담은 방게가 뜨거움을 피하기 위해 만든 곳이에요.” 방게 이외에도 봉암갯벌은 서식 경관에 따라 다양한 생물이 분포한다.(그래픽 참조) 붉은발말똥게, 칠게, 엽낭게, 콩게 등이 살고 있다. 가는갯능쟁이 갯개미자리와 같이 바닷물에서도 자랄 수 있는 염생식물도 볼 수 있다.

    인공섬은 겨울에 이곳을 찾는 철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갯벌생물의 쉼터와 산란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 수달 발자국을 발견했고, 고라니를 직접 목격해 봉암갯벌 식구가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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