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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해국제공항과 ‘Welcome to BUSAN’- 허충호(사회부 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14-08-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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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사람들에게 항공기는 시도 때도 없이 날아다니는 텃새처럼 흔하게 여겨지는 비행물체다.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은 무척이나 짜증스럽지만 ‘김해’국제공항이니 어쩔 수 없이 고통을 참는 이들도 있다. 만일 김해공항의 이름이 부산공항이었으면 대단히 많은 숫자는 “고약한 이웃 만나 생고생한다”며 지금보다 더 강하게 불만을 터뜨릴지 모를 일이다.

    최근 요상한 일이 벌어졌다. 김해공항터미널에 설치된 안내간판에 ‘Welcome to BUSAN’이라는 영문문구가 삽입됐다. 김포국제공항터미널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공항공사는 지난달 말 김포공항의 안내판을 새로 내달면서 공항명인 ‘김포’ 좌우에 ‘Welcome to SEOUL’을 배치했다. 김해공항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한 신문은 여기다 “김포공항의 명칭을 소재지 이름에 맞춰 서울공항으로 바꾸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국공항공사 관계자의 말을 곁들여 보도했다. 이쯤 되면 모종의 은밀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을 만하다. 부산공항으로 개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김해공항 개명 시도는 지난 2011년에도 있었다. 당시 부산시의회는 ‘세계 749개 공항 중 741곳이 행정구역명을 공항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김해공항은 특별한 이유 없이 도시명과 공항명이 서로 달라 국내외 이용객들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며 부산국제공항으로 바꿔달라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국제항공기구(ICAO)의 조약 부속서는 ‘안전운항 확보를 위해 관제기관 등은 지역 명으로 확인이 가능한 명칭을 부여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니 언뜻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김해공항은 건설 당시인 1976년까지 김해군이었던 지역에 개설한 국제공항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1958년 부산 수영에 개설된 ‘수영비행장’이 1963년 9월 부산국제공항으로 승격됐고, 공항시설 확장을 위해 1976년 8월 당시 김해 대저의 현 위치로 이전해 ‘김해국제공항’으로 개항한 것이 약사다. 개항 2년 후 대저읍과 명지면이 부산시로 편입되면서 공항코드가 부산을 뜻하는 ‘PUS’로 바뀌기는 했지만 태생은 김해다. 수백 년 전의 역사도 아니고 겨우 30여 년 전의 팩트 (fact)임을 감안하면 물리적인 행정구역명을 주장할 근거가 약하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희망하는 부산으로서도 결코 환영하는 눈치가 아니다. 김해공항을 ‘부산공항’으로 개명할 경우 부산시가 그토록 염원하는 부산신공항 유치 명분이 반감되기 때문이라는 속셈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김해공항 개명을 쌍수 들어 환영할 리 만무하니 결국 김해나 부산이나 모두 반대하는 일이 개명이다.

    부산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김해로서는 부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김해~부산 경전철 최소운영수익(MRG)분담률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78년과 1989년 두 차례에 걸쳐 억울하게 관할구역을 부산에 빼앗겼다는 피해의식도 남아 있다.

    공항공사가 만약 개명을 강행한다면 대립관계인 두 지자체의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 특히 김해의 시민의식을 자극하는 모양새가 된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일을 두고 갈등만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게 뻔하다.

    지자체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공항공사의 설립 목적이 아니라면 모두에게 비판받는 일은 하지 않는 게 낫다. 가뜩이나 항공기 소음으로 고통받는 김해시민들에게 ‘괜한 잡음’까지 추가할 필요는 없다.

    허충호 사회부 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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