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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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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감옥(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생각 가두는 모니터에서 벗어나라

자동화가 인간 사고방식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문학·예술·심리학 등 학문과 사례 들어 설명

  • 기사입력 : 2014-09-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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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가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직 하나/땅을 향해 속삭이는 나의 긴 낫질 소리/속삭인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 잘 모르지만 아마 햇살의 강력함이라든가 고요함에 대한 그것은 소리내어 말하지않고 속삭였겠지/한가해서 꿈꾸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요정한테 홀려 있었던 것도 아니었네.//실은 어쩔 수 없는 애착에 못 이겨 잎 끝이 연한 난초꽃도 섞여 있는 풀 무성한 습지를 손질하면서 때론 번쩍이는 초록뱀을 놀라게도 하는 것이다.//그것(속삭임)은 노동만이 아는 가장 사랑스럽고 달콤한 꿈/그리하여 나의 긴 낫은 속삭이며 풀을 베어 나갔다.

    -풀베기(Mowing)- 프로스트



    노동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다. 삶을 능동적으로 살고 또 앎을 추구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이 시에서 프로스트는 뜨겁고 조용한 여름날에 힘들게 일하는 농부가 돼 낫을 들고 풀을 베는 노동에 대해 얘기한다. 풀을 베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할 때,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게 된다고 말한다. 육체와 정신 중 어떤 것이건 노동은 일을 해내는 방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동은 사색의 과정이며, 세상을 직접 대면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그 자체로 인간은 자연과 대화를 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만약 이런 노동이 인간에게서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이제 차를 타고 가면서도 모니터를 본다. 기억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이, 그리고 인터넷의 강력한 검색엔진이 필요로하는 무엇이든 찾아준다. 앞으로는 운전을 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지 못하게 됐다. 가까운 친구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게 됐다. 더 편하고 더 빠르게를 추구하는, 점점 진화하는 문명의 이기들로 인해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있는가.

    이 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파헤친다.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인간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문학과 예술, 심리학, 신경과학, 사회학 등 온갖 분야와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통찰과 질문은 이제껏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과 만나게 된다.

    인간 요인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기술 제1주의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자동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 중심의 기술은 기계의 능력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기계를 조작하고 그것과 상호작용하게 될 인간이 가진 장점과 한계를 면밀히 평가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저자가 자동화 테크놀로지에 대해 비판적이고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과 만족감은 실제로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직접할 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주의 집중이 온통 컴퓨터 스크린과 스마트폰 액정에 향하는 순간 세상과 동떨어지게 되고, 그것이 삶의 행복과도 멀어지는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기술은 우리에게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또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과학기술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도록 해주지만, 내가 누구인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차단한다. 스크린의 피조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기술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김용대 기자

    니콜라스 카 저/이진원 역/한국경제신문사 간/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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