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열린포럼] 의미에 기초한 교육과 창의성- 김태희(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9-23 11:00:00
  •   
  • 메인이미지




    우리나라의 교육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요령만을 교육하는 풍토가 자리 잡은 것 같다. TV에 방송되는 고교생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원리’라거나 ‘본질’이라거나 ‘응용’이라거나 이러한 단어보다는, 모르면 외우라거나, 이런 문제가 나오면 답은 이거라거나, 이런 문제의 유형은 무조건 이렇게 답하는 것이라거나 하는, 문제를 푸는 기술만을 강조하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이렇게 교육해서는 실제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을 얻게 할 수 없다. 교육에 있어서의 열정과 창의성은 학생들이 문제의 본질을 알게 하는 방향으로 발휘되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주어진 문제만을 효과적으로 풀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만 쓰이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오랫동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맹률도 매우 낮으며, 학생들이 공부도 잘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질적인 정보 이해와 응용능력을 말하는 실질 문맹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 한다.

    실질 문맹률은 글자는 읽을 수 있어서 문맹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 글자가 뜻하는 것이라거나 비유하는 것이라거나 하는 그 의미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척도이다. 이렇게 실질 문맹률이 낮은 데에는 앞서 말한 문제의 표면만 배우게 하는 우리의 교육 풍토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하나의 단어는 매우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일 ‘사과’에 있어서 어느 사과이든 사과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과, 저 사과는 다른 사과이며 똑같은 사과는 하나도 없다. 모든 사람이 공히 알고 있는 일반화된 사과도 사과의 한 측면이며, 서로 다른 사과에 대한 경험으로 말미암은 나만의 사과에 대한 내러티브도 역시 나에게 있어서의 사과의 한 측면인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의자나 낙엽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서로가 하나의 의심 없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표현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것은 한마디로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때가 많다. 문제를 단순화시키면 단순화시키는 만큼 섬세한 내러티브를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수학이든, 영어이든, 국어이든, 물리이든, 이야기로 풀어나갈 수 없는 것은 없다. 단순화하고 무조건 외워야 한다면,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시험문제를 설사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단순화한다면 그것은 매우 부족한 교육일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하나하나 의미를 짚는 공부가 필요하다. 한 조각의 지식이나, 한 가지의 현상도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의미와 연결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 생각의 체력을 길러야 하며, 생각의 체력은 한 조각의 지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끝없이 펼치고 확산해 다른 조각의 지식과 그 접점을 풍부하게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창조경제시대에, 학생들에게 무조건 외우게 만드는 것이나 문제의 본질과는 무관한 시험문제 풀기용 단순화를 지양하고, 조금은 느리게 간다 하더라도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보게 하고, 자기의 문제와 연결하게 해 머릿속에 만들어지는 의미의 거미줄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게 해 주는 그런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김태희 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