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22일 (수)
전체메뉴

[경남시론] 안녕(安寧)한 중산층을 위하여- 김지숙(마산대 보건행정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10-01 11:00:00
  •   
  • 메인이미지




    요즘 ‘살기 어렵다’는 말을 듣는 게 어색하지 않게 돼버렸다. 우리 경제는 17% 성장했는데, 노동자 실질임금은 2.5% 성장했을 뿐이다. 중산층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줄었다. 서민층은 증가하면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졌다. “경제는 성장했다는데, 삶은 더 힘들다”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 일부 여유 있는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대이다.

    “나는 중산층이다. 중산층이 아니다”라고 논쟁을 할 때도 있다. 중산층이란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기회가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간계층을 의미한다. 중간계층의 비중은 사회의 안정적 발전과도 관계가 있다. 중간계층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불평등지수가 낮게 되고 사회정의가 실현된다고 본다.

    중산층의 기준은 무엇인가? 세계 각국의 중산층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을 엿보면서 그 나라 국민들의 가치관과 의식구조를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인 대상의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부채 없이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와 월급여 500만원 이상, 2000㏄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1년에 한 차례 이상 해외여행 등 경제적인 부분이 차지했다.

    영국의 경우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며 신념을 가질 것, 나만의 독선을 지니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을 옥스포드대에서 삶의 공동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고, 한 가지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루며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어 손님 접대, 사회 봉사단체에서 활동,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 사회 정의가 흔들릴 때 바로잡기 위해 나설 것 등을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 ‘삶의 질’에서 제시했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함을 제시한다.

    서구 선진국 중산층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은 경제적 부문보다는 문화적 역량과 사회적 역량,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연대해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 강조되고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형편이 부족한 사람이 버스비로 꽃을 사는 것은 사치일까?

    현재를 즐기는 데 있어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 성공인 사람이 있고, 버스비 대신 꽃을 사며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천 원짜리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기준에선 안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기준에선 그 사람이 인생을 즐기고 있는 거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2010년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인구 100만명에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에 불과한 부탄의 국민 100명 중 97명이 ‘나는 행복하다’고 대답해 1위를 차지했다. 부탄에 비해 1인당 국내총생산이 10배나 높은 우리는 143개국 가운데 68위에 그쳤다.

    인간의 생활은 ‘빵’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하고 심층적인 측면들이 있다. 단지 돈 많은 사람이 더 잘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세상에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중산층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모두 평가할 수는 없다.

    인간은 그게 누구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얼마나 버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로 ‘삶의 질’이 건전한 중산층이 돼 행복을 누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편안한 상태인 안녕(安寧)을 위해 오늘도 정신 바짝 차리시라.

    김지숙 마산대  보건행정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