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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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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 봉합할 해법 ‘관용’

■ 관용의 역사(르네상스에서 계몽주의까지)
종교개혁·계몽주의 등 서양 역사 집중 조명
용서 아닌 타자 존중의 관용 의미 살펴보기

  • 기사입력 : 2014-10-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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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부터 루터, 칼뱅, 에라스뮈스, 카스텔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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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해 불의를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이 관용을 얘기할 만큼 우리 사회는 물론 전세계가 갈등의 골이 깊다.

    종교, 빈부의 격차, 인종, 민족, 고용주와 노동자 등 사회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갈등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서양은 전쟁이 만연한 갈등의 지역이었고, 전쟁은 관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랑의 종교인 그리스도교의 배타적인 종교관은 관용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그리스도교는 대표적으로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구교와 신교 간의 30년 전쟁 등 종교 전쟁을 끊임없이 벌였다. 점령지에서는 아이들까지도 도륙했고, 30년 전쟁 때는 구교가 득세하면 신교도들을 집단 학살했고, 신교가 득세하면 구교도들을 도륙했다. 어디에서도 관용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그리스도교는 가장 관용적인 종교이지만 그리스도교인들은 가장 불관용적인 사람들이었다”고 지적했다. 1·2차 대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무관용으로 점철된 역사였다.

    타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 바로 이것이 관용이고, 관용은 갈등을 해결하는 힘이다.

    역사적으로 ‘관용’이라는 관점에서 르네상스에서 계몽주의까지의 서양 근대 사회를 바라본 책이 나왔다. 이 책에서는 에라스뮈스, 루터, 칼뱅, 보댕, 그로티우스, 홉스, 몽테뉴, 자유사상가들, 스피노자, 로크, 밸, 이신론자들,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돌바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을 집중 조명한다.

    이들의 복잡하고 난해한 사상을 ‘관용’이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분석해 쉽게 정리했다.

    오늘날 우리가 관용이라는 말의 사용을 다소 주저하는 것은 관용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용서’라는 의미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관용이라는 말을 이렇게 16세기식의 협소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관용의 의미가 변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도 관용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관용은 타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불관용의 종교인 그리스도교의 암흑세계를 구원한 것은 바로 그리스·로마 사회의 부활을 뜻하는 르네상스, 그리고 그 르네상스의 연장이요 심화라 할 수 있는 계몽주의가 불관용적이고 미신적인 그리스도교에서 인간중심적인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투쟁의 도구였던 것이다.

    저자는 ‘관용’이라는 관점에서 가톨릭교회와 함께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불관용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조명한다. 루터는 양심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타자’의 양심의 자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가 해석하는 그리스도교의 모습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구원의 길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루터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가톨릭교회와 다르지 않다. 루터의 ‘양심의 자유’는 관용으로의 문을 열기는 했으나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폐쇄적이었다. 이 점은 루터와 함께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칼뱅을 위시한 모든 종교개혁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역사 속의 종교개혁은 해방이라는 근대성보다는 종교전쟁의 모태라는 비극적인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 종교전쟁을 집중 조명하고 관용은 바로 이 종교전쟁의 체험에서 나왔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김응종 저, 푸른역사 간, 2만5000원

    김용대 기자 jij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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