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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획취재] 재난·위기 관리시스템, 지방정부의 역할 (5) 우리나라 재난관리시스템의 문제점·개선 방향

지방정부 중심 재난관리·현장지휘 체계 강화해야

  • 기사입력 : 2014-10-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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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두 서울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장이 재난현장 대응절차 및 현장운영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100% 소멸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능한 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자연재해로부터 국토 및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국가의 최대 중요 과제로 삼고 있다.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1959년 이세완 태풍을 계기로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방재체제의 정비를 도모하기 위해 1961년에 재해대책기본법이 제정됐고 그 이후에도 한신·아와지 대지진 등 재해의 교훈을 바탕으로 방재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의 안전정책은 주민참여형 시민방재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난 1995년 리히터 규모 7.2 강진이었던 고베 대지진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지자체의 지령을 듣고 움직이는 것은 이미 늦은 상황이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의 지시를 받고 대피하거나 개인이 판단해 지정된 장소로 가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잦은 재해로 인해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지킨다’라는 의식으로 12만개의 자체적 방재조직을 결성해 운영하는 것과 민간방재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민간자격증 제도인 ‘방재사’ 제도를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일본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에 이어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엄청난 인명·재산 손실을 입었다. 일본은 앞으로 도쿄에 수직 직하형 지진과 동남해 지진을 예상하면서 다양한 방재대책을 세우고 있다.

    일본의 재난관리체계의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대규모 재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비책과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학습의 과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자연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이에 대처하는 것은 인간의 힘과 노력이므로 재난의 2차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재난관리체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다양한 재난관리 주체 간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재난은 그 피해규모가 광범위해 다양한 재난관리 주체가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간의 협력적 업무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의사결정이 더욱 정확하고 신속해질 수 있어 재난관리 전반에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위기대처 상황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해양사고에 전문성이 부족한 안전행정부가 사태 수습 총괄지휘를 맡은 시스템에 하자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 차원의 초기대응과 위기대응 매뉴얼 시행, 정부 차원의 지원에 초점을 맞춘 재난대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재 선진국에서는 위기관리, 재난관리에서 지방정부 중심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우리나라도 지방정부에 의한 재난관리·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춰 현장지휘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재난 절차 중 대응과 복구보다 더 중요한 예방과 대비를 실전처럼 준비하며 이를 모니터링해 개선할 수 있는 재난관리지원시스템을 주목해야 한다.

    이에 앞서 재난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위기관리시스템을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재난이 발생한 지역 지방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이 지역 곳곳까지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직 인력이나 장비 등의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소방서나 관계 기관의 인력을 늘려 주기적인 안전점검을 통해 화재 등 각종 재난의 위험요소·취약점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도 지방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관이 함께하는 재난 안전시스템 구축이다. 자치단체장은 안전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터놓고 알리는 한편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재난 예방·대처 교육을 실시해 항상 주민들이 이에 대한 대비능력을 갖추고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 재난관리를 하기 위해선 지방정부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 지방정부의 재난대응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자체 재난안전담당 공무원이 재난관리 관련 업무를 각자 전담해 전문성 있게 처리해야 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과 함께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작성해 훈련을 해야 한다.

    재난대응 공무원도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재난 대응 교육·훈련·연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유관기관·시민단체와 협력적 현장지휘체계 강화 훈련을 위한 충분한 연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재난은 주로 자연재난이었기 때문에 신의 영역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도시화, 산업화라는 인위적 요소로 인해 재난은 ‘인간의 영역’으로 전이돼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재난의 외력이 여러 자연적, 인위적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된다는 것은 재난으로 발전할 여지가 마치 살아있는 바이러스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 내에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러스가 일상생활에 언제나 상존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개체나 부위를 침투하듯이 재난 역시 우리 주변에 상존하면서 우리 사회의 약한 어느 곳에나 침투한다.

    따라서 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종래의 경제성장 위주였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안전도 중요한 가치로 병행돼야 한다.

    도시화, 산업화 사회가 항상 인위적인 재난의 요인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연재난의 가중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지금부터라도 안전에 대한 우선적인 검토가 없이는 어떠한 인위적 행위도 더 이상 묵인될 수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경제적 부를 희생할지라도 위험을 사전에 봉쇄하는 것. 이것만이 경제성장과 함께 지속가능한 생태적 근대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우리 사회가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사진= 김병희 기자 kimbh@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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