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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기업 해외진출 현장을 가다- 베트남에 스민 태광의 혼(魂) (상) 태광실업, 베트남 진출 20년

현지인 고용 4만3000명 ‘베트남 국민기업’ 되다
1994년 동나이성에 제1호 공장인 ‘태광비나’ 설립
신발회사로는 첫 베트남 진출

  • 기사입력 : 2014-1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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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동나이성 비엔호아시의 태광비나에 근무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지난 1일 오후 4시 일제히 퇴근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마산자유무역지역 퇴근 풍경과 흡사하다. /호찌민=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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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연차(왼쪽) 회장이 태광실업 베트남 진출 20주년 기념행사에서 판 반 짱 전 동나이성 서기장과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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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에 본사를 둔 세계적 신발 제조기업 태광실업(주)이 베트남 진출 20주년을 맞았다. 이에 경남신문은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태광의 현지 진출법인 현황과 신규 추진사업 현장을 방문 취재했다.

    우리 지역에 뿌리를 둔 향토기업이 해외 진출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치열한 외화벌이 현장을 도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취지였다.

    취재를 통해 느낀 점은 태광은 이미 현지에서 강한 신뢰를 확보, ‘베트남 국민기업’ 반열에 들 정도로 위상을 다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에 스민 태광의 혼(魂)’이라는 제목으로 향토기업의 글로벌 활약상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2014년 11월 1일 저녁 7시. 베트남 동나이성 스타디움은 3만명이 넘는 베트남 국민들로 넘쳐났다. 태광실업이 베트남 진출 20주년을 맞아 그들을 위해 베푼 잔치자리였다. 호찌민시와 동나이성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국민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태광비나’의 오늘이 가능했다는 감사의 표시로 K팝 정상급 가수들을 대거 초청, ‘한류 콘서트’를 열어준 것이다.

    박연차 회장이 행사 시작을 알리기 위해 무대에 등장하자 메인 스타디움은 이내 환호로 뒤덮였다. 그는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전쟁 이후 배고픔을 해소해 준’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이 같은 그의 위상을 반영하듯 이날 행사장에는 호찌민시 공산당 서기장과 동나이성 성장, 베트남 주재 한국총영사를 비롯한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3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자리를 지켰다.

    향토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그 지역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지역환원과 철저한 현지화 정책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태광실업, 왜 베트남으로 갔나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수교한 지난 1993년 전후, 김해 안동공단에 본사를 둔 글로벌 신발 제조기업 태광실업은 ‘해외 생산기지 구축’이라는 중대한 경영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신발 제조업이 대규모 장치산업인 데다 전 공정을 거의 사람 손에 의지해야 하는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이다 보니 인건비가 상승일로에 있는 한국에서는 도저히 경영수지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연차 회장은 간부회의를 소집해 수차례 난상토론을 벌였다. 당시 회사 간부들은 대부분 1992년부터 개방화의 길로 나선데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을 선호했다. 공산국가 베트남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도 작용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월남전 때 파월용사로 2년여 근무해 베트남 지리와 현실 파악에 밝았고, 아울러 베트남 국민성이 선량한 데다 아열대 지방의 다른 나라 국민들에 비해 부지런하고 단결력이 강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태광실업 모 임원의 회고.

    “그 당시 회장님이 중국이 아닌 베트남에 첫 해외 생산거점을 세운다고 했을 때 우리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니까 정말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간부들을 설득해 베트남에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이듬해 동나이성 비엔호아(Bien Hoa)시 산업구역에 제1호 해외공장을 세웠다. 그 공장이 ‘태광비나’다. 태광비나는 베트남 개방 이후 태광실업이 처음 진출한 해외투자 1세대 기업인 셈이다.

    현지에 파견된 태광실업의 한 직원은 “우리 회사 사훈이 ‘긍지를 갖자, 목표를 정하자, 실천에 옮기자’이다. 태광은 세계 최고라는 긍지를 갖고 우리 손으로 베트남에 세계 최고의 신발 메이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딱 정해 놓고 베트남 직원들과 합심해서 정말 열심히 일해 오늘의 태광비나를 일궜다”고 말했다.



    ◆태광비나 성공 안착 20년

    태광비나는 신발 회사로는 최초의 베트남 진출이었다.

    태광비나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다른 나라 투자가들로 하여금 베트남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후 세계의 여러 신발회사들과 부품 업체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어 20여만명 고용 창출의 발판이 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동나이성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베트남 속담을 인용하며 “태광비나가 동나이에서 최초로 문을 열고 난 후 다른 기업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태광비나는 창립 초기 3500만달러를 투자해 1만여명 고용을 시작으로 출발했다.

    20년이 지난 현재는 2억달러 투자를 통해 현지인 고용도 2만8000여명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연간 5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연간 생산하는 각종 신발류는 2500만 켤레다. 아울러 태광실업이 해외 4개 신발공장에서 생산하는 신발은 연간 5000만 켤레에 달한다.

    태광실업은 5년 전 동나이성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캄보디아 접경 떠이닝성에도 지난 2010년 ‘베트남목바이’ 신발공장을 세웠다.

    태광비나에 이어 베트남 제2의 생산공장인 셈이다. 이 공장은 고용인원이 1만5000명 선으로 태광비나보다 규모가 좀 작다. 연간 수출액은 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태광비나와 베트남목바이 두 공장이 고용한 현지인은 총 4만3000명이다. 연간 7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국민 무한 자긍심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2차 산업 불모지였던 1994년 당시, 태광비나의 생산액은 베트남 전체 산업생산량의 12~13%를 점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것이 박연차 회장을 ‘호찌민의 영웅’으로 대접받게 하는 단초가 됐다. 아울러 호찌민시와 동나이성, 중앙정부의 주요 지도층들과 두루 친분을 맺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같이 엄청난 고용창출과 생산액으로 인해 호찌민시와 동나이성 국민들은 태광비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20년째 태광비나에서 부부가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미(42)씨는 “전쟁 이후 폐허로 변한 베트남에 공장을 지어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준 태광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보배와 같은 회사”라면서 “최근 두 자녀까지 입사시켜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딘 꾸옥 타이 동나이성장은 이날 20주년 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전후 피폐한 베트남에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준 은인이다”고 치켜세우면서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이처럼 태광비나는 외국인 투자기업 중 베트남 성공 신화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장 가동 1년 반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3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초기에는 베트남 2위 수출기업으로 기록됐으며 UNDP(국제연합개발계획단) 선정 200대 기업 중 18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연차 회장은 베트남 경제 발전과 한·베트남 우호협력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03년 ‘베트남 친선훈장’을, 올해는 ‘베트남 노동훈장’을 수훈했다.

    태광비나 정주경 법인장은 “우리에겐 끊임없는 고민이 있다. 어떻게 하면 항상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한다. 창업 이래 기술 중시 경영을 펼쳐온 태광비나는 업계 최초로 컴퓨터를 이용한 CAD/CAM 시스템을 도입했고 실물 제작 전 모든 것을 미리 3D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디자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아울러 ISO 국제표준인증을 획득하고 자체 제품 개발 및 품질테스트 등 선도적인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0억원을 투자해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도 구축했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전 공정 전 부문을 관리한다. 또 LEAN 생산방식을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 이상목 기자 sm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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