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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한중 FTA 타결은 기회다- 양영석(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4-1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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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 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군사적 충돌이 빈번했지만 정치·경제적 교류도 활발했다. 특히 선진 문물의 도입 통로로 우리에겐 중국은 유용한 존재였다.

    근대사에서는 6·25전쟁과 서로 다른 국가체제로 가까이해서는 안 될 나라이기도 했지만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로 관계가 회복됐다.

    새로운 한·중 시대가 열리면서 지난 20여년간 양국 간의 관계는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92년 63억달러에 그쳤던 교역액은 2013년 2200억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20여 년 만에 교역액이 4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한때 최대 교역국이었던 미국과의 무역액보다 2배나 많다.

    양국 방문자도 이 기간에 50배나 늘었다. 명동, 강남 등 서울 시내 번화가는 물론 경남·부산의 백화점, 대형의류매장에는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들로 북적인다. 이른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요우커가 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36만16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8% 늘었으며,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2.1%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6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일 국가 관광객이 한 해 5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이들의 국내 내수 산업에 대한 매출 기여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요우커 한 명이 평균적으로 한국 여행 때 쓰는 돈은 2008년 130만원에서 지난해 약 236만원으로 80% 급증했다. 요우커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쓴 돈은 총 7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K팝, 드라마, 먹거리 등 한류(韓流)가 중국의 젊은 층에서 하나의 문화로 뿌리를 내리고, 한국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중국 경제를 상징하는 용어가 된 지 오래다.

    지난 10일에는 한국과 중국 시장을 하나로 묶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국시장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선점할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공산품 관세 장벽을 낮춰 기존 가공무역 중심의 수출구조가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최종 소비재 위주로 바뀌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중국경제 의존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 교역량의 5분의 1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한중 FTA는 중국 의존증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 중국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 경제와 동조화가 심해지면 독자적인 경제운용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또 농수축산물의 개방 수준은 다소 낮은 수준에서 타결됐지만 엄청난 교역 규모와 지리적 인접성 등 양국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타결된 어떠한 FTA보다 심대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중 FTA가 중화권 경제로 편입이 가속화되는 블랙홀이 될지, 13억 내수 시장을 선점해 우리 경제의 활로가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양영석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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