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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466) 제7화 굴뚝산업과 첨단산업 46

“흠. 재미있겠는데…”

  • 기사입력 : 2014-11-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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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라기 공원이라는 영화도 떠올랐다. 유전자로 복원된 공룡이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로 개봉되었을 때 큰 화제가 되었었다.

    “옛날에 공룡 백만 년이라는 영화가 있었어. 아주 오래된 영화야. 여자가 주인공인데 참 멋있었어.”

    장대한은 비로소 창을 들고 포효하는 여전사의 희미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맞아. 나도 그 영화 봤어.”

    장대한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릴 때 본 영화인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외국 여자 배우가 공룡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의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그 영화 재미있었어?”

    “보기는 했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포스터가 멋있었어.”

    “금발여자?”

    “여자주인공이 금발이었나?”

    “금발이 맞아.”

    “그럼 공룡시대를 다룬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거군.”

    “판타지는 너무 많아. 우리나라 게임이 대부분 판타지야. 변화가 필요해.”

    강연희는 판타지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게임시장도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는 이야기였다.

    “공룡시대라 창의적이기는 한데.”

    “그렇지만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돼. 자기가 시나리오 좀 쓸래?”

    “내가? 내가 어떻게 그런 걸 써?”

    “한번 써봐. 공룡들과 싸우면서 살아가는 여전사… 좋잖아? 낭만적이고 로맨틱해. 남자들을 거느리는 여전사야.”

    장대한은 남자들을 거느리고 공룡과 싸우는 여전사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흠. 재미있겠는데….”

    “자기랑 나랑 같이 쓰자. 내가 캐릭터를 만들고 자기가 스토리를 써. 응?”

    강연희가 장대한의 턱 밑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톡 쏘는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얼굴이다.

    “좋아.”

    “약속이다?”

    “알았어.”

    장대한은 강연희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강연희가 웃음을 깨물고 화장실로 갔다. 장대한은 담배를 피우면서 청명한 하늘을 응시했다. 공룡시대를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야릇했다. 백만 년 전 한반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백만 년 전에 남자와 여자는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었을까. 공룡시대에 자신이 산다고 생각하자 기이할 것 같았다.

    “선배, 일하고 있어요?”

    이요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대한은 이요환의 얼굴을 떠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이요환은 씩씩하고 당돌한 이혼녀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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