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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예방에 실패해도 안전한 세상- 손현호(경남소방본부 예방대응과 예방지도담당)

  • 기사입력 : 2014-11-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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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날 오후 화재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용접작업을 하다 건물 전체로 불이 확대된 것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상당한 재산피해를 입었고 용접기사분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당시 현장지휘관으로 출동했던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조심하시지 않고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더니, 조심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억울해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사고 현장에서 종종 이런 대답을 접하고 나서야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를 모르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재난은 예방, 대비, 대응, 복구 4단계로 관리된다. 예방이 최선이겠지만 완벽한 예방이 가능한 세상은 지구상에 존재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사고예방이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대비는 준비를 말하고 준비의 핵심은 ‘수단의 다중화’에 있다. 즉 예방에 실패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준비하는 것이 조심의 본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용접기사가 작업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소화기였다.

    항해하는 배의 침몰을 대비한 수단의 다중화는 구명조끼를 준비하는 것이다. 침몰한다면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하고 뜰 수 있는 장소에 있어야 하는 것이 재난관리의 기본인 것이다. 이것이 실패해도 안전한 재난관리의 핵심이다.

    건축물 안전관련 시설은 이미 수단의 다중화를 설계해두고 있다. 소화전 펌프의 고장을 대비해 옥상에 보조 물탱크를 설치해 자연낙차를 이용하게 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그리고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한 대체수단은 ‘단순 명료해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 포인트이다. 재난에 직면한 사람은 긴급함과 당황에 빠져 이성이 작동할 수 없다.

    비상구에 걸려 있는 유도등은 단순 명료함의 가장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예방에 실패해도 안전한 세상을 위한 수단을 준비하고, 바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하자.

    손현호 경남소방본부 예방대응과 예방지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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